한국일보

사담의 재판

2004-07-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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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은 어떻게 재판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이나 르완다, 유고슬라비아 전범 재판 등은 적당한 모델이 아니다.
전범이나 전 독재자 재판은 정치적 요구와 정의, 신속한 결정과 심사숙고를 조화시켜야 한다. 이라크의 경우 빨리 재판을 진행해야 할 여러 이유가 있다. 후세인의 죄상을 밝히는 것은 게릴라 준동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천천히 진행해야 할 이유도 있다. 이라크 임시 정부나 재판소 입장에서 볼 때 조심스럽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라크 국민으로 하여금 지난 수십년 간의 비극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지만 사담의 운명을 미국이나 외국인 판사가 아니라 이라크인이 결정하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헤이그 국제 사법재판소에서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재판을 엉터리로 함으로써 이는 ‘외국인들의 정의’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심어줬으며 이로 인해 세르비아에서 그의 인기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이런 재판의 문제점은 피고로부터 정통성을 도전 받는 것이다. 가능한 한 세계 각국 법조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워싱턴은 이제 사담이 이라크 손에 넘어갔으니 손을 털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것이다. 이는 위험하다. 인정신문에서 사담은 “이 재판은 전범 부시가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국제법은 물론 재판 경험이 없는 판사나 검사는 일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라크 정부가 성공하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 재판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워싱턴 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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