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약 수출 늘리는 북한

2004-06-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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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북한 김정일 간의 회담에 대해서는 별로 신통한 반응이 없었다. 고이즈미 총리가 20여년 전 납북된 일본인들 자녀 5명의 귀환을 보장받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 고이즈미 총리의 대북 외교는 성공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북한 정권에 대한 적절한 압력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2년 전 김정일이 일본인 남북사실을 인정한 그날부터 일본은 자국민들과 그 친척들의 석방을 위해 북한에 압력을 가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양보를 하기 시작한 것은 대북 통상 관련 제재를 가할 채비가 되어있음을 분명히 하고 나서였다. 북한에 대한 송금을 차단, 북한 상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일본 선박의 북한 기항 금지 등이다.
국제 교역은 북한에서 분명히 중요하다. 그래서 무역제재 위협은 북한정권의 관심을 분명히 끈다. 미국과 일본이 이런 전략을 써야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북한이 마약 생산 및 밀매 범위를 동아시아와 동남 아시아 전역에 걸쳐 계속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북한정권은 지난 1970년대 말부터 농부들에게 아편 생산을 직접 지시해왔다. 이들 농장에서 생산되는 아편은 연간 40톤이나 되고, 정부 지원 공장들이 아편을 헤로인으로 제조, 북한은 아편 및 헤로인 공급원으로 세계 수위권에 들고 있다.
북한은 워낙 폐쇄적이어서 정권과 마약 밀매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증명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증거는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20여개국에서 북한인이 관련된 마약 압수나 체포는 거의 50여건에 달하는데 그중 최소한 11 케이스는 북한 외교관이나 정보원들이 관련되었다. 지난 5년간 러시아와 독일 경찰은 위폐 제조 혹은 헤로인 밀매혐의로 북한 외교관들을 구속했다. 또한 1999년부터 2001년 사이 일본과 중국에서 압수된 모든 마약의 1/3 이상은 북한을 경유해 온 메탐페타민이었다.
이런 사태는 다른 외교 정책에서 파생된 의도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미국이 주도한 무기확산 방지 정책으로 수입이 줄어들자 김정일이 마약 밀매와 위폐 제조에 치중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라크, 파키스탄, 예멘, 리비아 등에 대한 미사일 판로가 차단되면서 북한의 수입은 많이 줄어들었다.
점증되는 북한의 마약 위협은 미국과 우방으로 볼 때 좋은 소식이다. 미사일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효과가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북한이 계속 마약 밀매를 늘리면 주변 국가들이 더 이상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뭔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지역단위의 노력이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의 무기 판매 억지를 위한 미국의 노력과 맞물려 북한에 대한 적절하면서도 분명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내심을 갖춘 포괄적 외교가 김정일이 핵 문제에 유연성을 갖게 하는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

빅터 차·크리스 호프마이스터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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