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알고 나면 맛‘따봉’

2004-04-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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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계 (Old World)

프랑스, 독일등 주로 유럽서 생산
절제되고 우아, 맛 차이 미묘
쌀쌀하고 온건한 기후서 재배
포도밭은 자갈과 큰 돌이 많아
수세기 축적된 지식의 노하우

신세계 (New World)


미국, 호주, 칠레, 뉴질랜드등서
대체적으로 맛 강하고 진해
따뜻하고 무더워 일조량 많아
토지가 넉넉해 토질은 비옥한 편
짧은 시간 많은 정보 수집 제조

와인의 맛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와인을 많이 마시는 것 만큼 도움이 되는 방법이 없다. 많이 마시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생기고, 좋아하는 와인을 찾다보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늘 수 밖에 없어서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와인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먼저 다른 포도 품종의 맛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몇몇 품종의 맛을 구분할 수 있게 된 후에는, 전문 소믈리에처럼 와인 생산국가, 지역, 나아가서는 와이너리를 맞추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 경지에 이르렀을 때는 마시는 와인을 크게 구세계(Old World) 와인과 신세계(New World) 와인으로 나누어서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신세계 와인과 구세계 와인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적어도 와인의 생산국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구세계 와인은 주로 유럽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말하는데, 전통적 와인 생산국으로 유명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외에도 그리스,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국가들이 구세계에 포함된다.
또한 체코 공화국, 불가리아, 루마니아, 러시아 등도 이론적으로는 구세계에 속하지만,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생산량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마켓에서 찾기 힘든 편이다. 신세계는 미국을 비롯해서 호주와 칠레가 주축이 되고, 뉴질랜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새로이 가세를 하였다.
구세계 와인은 대체적으로 절제되고 우아한 맛으로 그 차이가 매우 미묘하며, 신세계 와인은 그에 비해 대체적으로 맛이 강하고 진하다. 그 이유로는 우선 구세계와 신세계의 기온의 차이를 첫째로 꼽을 수 있다. 구세계 와인은 주로 약간 쌀쌀하거나 온건한 기후에서 재배된 포도로 빚어지는데 비하여 신세계 와인은 따뜻하거나 무덥고 일조량이 훨씬 더 많은 기후에서 재배된 포도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차가운 날씨에서 자란 포도는 좀 더 절제된 맛을 갖게 되고 더운 날씨에서 자란 포도는 진한 맛을 갖게되기 마련이다.
백포도주의 경우 차가운 날씨는 사과와 배의 향을 나게 해주고, 더운 날씨는 망고와 파인애플 향을 나게 하며, 적포도주의 경우 차가운 날씨는 크랜베리와 체리 향을, 더운 날씨는 무화과와 말린 자두 향을 나게 한다.
두번째 이유로는 토질을 들 수 있다. 구세계에서는 수세기 전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빚어왔는데, 와인 생산은 어찌 보면 우연히 생겨난 결과였다. 비옥한 땅에는 곡물을 재배하고,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재배할 수 없는 척박한 땅에 포도나무를 심게 되었는데, 포도나무는 척박한 땅일수록 더 맛있고 훌륭한 품질의 포도를 생산했던 것이다.
지금도 구세계의 포도밭은 그 토질이 매우 척박하고 돌과 자갈 투성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르도의 경우 최상품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은 흙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자갈밭이 많고, 돌의 크기 또한 주먹만한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토지가 넉넉한 신세계의 경우 포도밭의 토질 또한 구세계에 비해 비옥한 편이어서 와인의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세번째 이유로 구세계 와인은 전통적으로 음식과 함께 마시는 와인으로, 음식의 맛을 더 좋게 해주는, 영화의 조연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음식의 맛을 위압할만큼 진하고 강한 맛의 와인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미묘한 맛의 차이를 내는 프랑스 음식의 소스라던가 이탈리아 음식 중 파스타나 리조토에 비해 미국의 바비큐와 버팔로 윙즈, 남미의 칠리와 살사 등은 훨씬 더 맛이 자극적이고 강하기 때문에 신세계의 와인 또한 맛이 더 진하고 강할 수밖에 없다.
네번째로 구세계와 신세계는 와인을 만드는 스타일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유럽에서는 실패를 거듭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세기에 걸쳐서 전해져 내려오는 노하우를 중시하는 반면, 신세계는 짧은 시간 내에 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좋은 결과를 내고자 노력한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정보와 지식으로 그 지역과 포도밭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와인 제조법을 알아내서 대대손손 그 방법으로 와인을 빚기 때문에, 포도주 레벨에 포도 품종보다는 지역(예: 샴페인)이나 마을(예: 마고) 등을 기입하는 것이다. 키안티, 샤블리, 보졸레 등 지방의 이름이 구세계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규정지을 수 있는 것에 반해서, ‘나파’나 ‘소노마’라고 한다면 어떤 와인을 말하는 건지 확실히 알기 힘들다.
구세계와 신세계를 구분하는 것은, 포도의 품종을 구분하는 것 보다 어찌 보면 더 간단한 일일 수도 있다. 포도의 품종을 구분할 수 있고, 구세계와 신세계의 맛을 구분할 수만 있어도 와인을 훨씬 더 폭넓게, 그리고 깊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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