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된후 밀입국땐 신분회복 불가능
재적발되면 재판없이 즉각 추방 가능

미국에 살다가 불행하게도 추방을 당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추방을 당한 사람 중 일부는 이제 한낱 이국에 불과한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미국으로 밀입국하기도 한다. 그렇게 밀입국한 사람이 과연 미국에서 적법한 신분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런 사람은 신분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추방되었다가 다시 밀입국한 사람들 앞에 어떤 선택이 있는가?
▲일단 추방되었다가 다시 밀입국한 사람에게는 구제의 길이 거의 없다. 추방되었다가 다시 밀입국한 사람이 적발되면, 이민판사를 통해서 추방재판을 받는 일반 추방절차를 거치지 않고, 옛날에 나와 있던 추방명령을 이민국 직원(ICE)이 직권으로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 결국 다시 살아난 옛날 추방명령에 따라 추방되는 것이다. 추방 유효날짜 역시 처음 추방명령을 내렸던 날짜로 소급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추방명령을 받았던 사람이 적발되면, 이민국 직원은 이른바 추방명령 복원서(Notice of Intent/Decision to Reinstate Prior Order)를 발급하고, 이어 추방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때 이민국 직원은 세 가지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첫째, 옛날 추방명령이 나와 있다는 점. 둘째, 추방명령을 받은 사람이 당사자라는 점. 셋째, 추방명령을 과거에 받았던 사람이 밀입국했다는 점등이다. 이때 추방 당사자는 서면이나 구도로 이민국 직원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런 절차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민법 241(a)(5)의 규정이다. 이민법 241(a)(5)는 “법무부 장관의 추방명령을 따라 미국을 떠났거나, 추방명령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미국을 떠난 뒤 밀입국하면, 과거에 있던 추방명령은 과거 날짜로 소급해서 살아난다. 과거 추방명령에 대해서는 일체의 재심사를 청구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이민법상 어떤 구제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언제라도 과거에 내려진 추방명령에 따라 미국에서 추방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방명령이 부활할 때, 이민판사 앞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없어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1997년 4월1일 이전에는 이민국이 추방명령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민 판사 앞에서 재판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1996년 개정이민법은 이런 재판절차 없이, 추방명령을 부활하도록 했다.
-추방명령을 받고 미국을 떠난 사람이 1996년 재정이민법이 발효된 1997년 4월1일 이전에 미국에 밀입국했다가 나중에 붙잡혔다면, 어떻게 되는가?
▲1997년 4월1일 이전에 들어온 사람이 캘리포니아, 하와이주 등 9항소법원 관할 지역에 산다면, 이민 판사 앞에서 추방재판을 다시 받을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법원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않다.
-추방명령이 복원될 처지에 있는 사람이 망명신청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추방명령이 복원될 처지에 있는 사람이 망명 의사를 밝히면, 이민국은 일단 망명 전문 직원을 만나게 해 준다. 이때 출신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당할 현저한 이유가 있다고 망명직원이 판단하면, 이민 판사를 통해서 정식으로 망명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추방명령 복귀의 예외 규정인 셈이다.
-추방명령의 복원을 막을 수 다른 길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망명 신청 외에도 본인이 시민권자라고 주장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다면 추방명령의 부활을 막을 수 있다. 또 추방명령의 복귀 대상자가 18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라면 이 또한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이밖에 아이티나 온두라스 등 일부 남미 국가 출신은 특별법의 보호를 받는다.
-추방명령 복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추방명령 복원에 대해서 법원에 재심을 요청하려면, 추방명령이 복원된 지 30일 내에 신청해야 한다. 추방명령 복원에 대한 재심은 추방명령이 나온 지역의 관할 연방 지방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일단 이 30일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다시는 추방명령의 복원에 대해서 이의를 제시할 수 없다.

김성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