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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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법 (3) 피의자의 권리

2004-04-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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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심문당할때 답변 안해도 무방
불리한 증언하기보다 묵비권 행사를

범죄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형사소송 절차를 알아보기 전 기본적으로 범죄 피의자가 가장 초기에 당면할 수 있는 상황들을 고려해 보고 피의자의 보편적 권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상황이 복잡하지 않고 본인의 입장을 간단히 설명해 혐의를 벗을 수 있으면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문제를 축소화할 수 있지만 경범 이상의 혐의로 용의자 입장에 처했다면 말을 조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심문에 대한 용의자의 법적 의무
모든 범죄 피의자의 첫 걸음은 경찰과의 대면으로 시작된다.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가 되든, 누군가의 고발에 의하든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경찰과 피의자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협적인 외모의 경찰이나 수사관이 질문 또는 심문을 할 경우 답변을 해야하나 거부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경찰들은 한국 경찰과 비교해 외모부터가 좀 위협적이다.
그런 이유인지 동방예의지국에서 교육받은 우리 민족은 경찰의 심문에 너무나 친절하게 많은 대답을 제공한다.
필자가 물어보면 십중팔구 대답이 ‘바른 대로 답하면 잘 봐 줄까 해서 그랬다’는 것.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잘못 답한 한마디 때문에 재판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양심적으로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헌법이 보장하는 묵비권(연방수정헌법 5조)을 미국에 사는 우리도 행사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찰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절대 범죄 행위가 아니며 그 이유로 체포할 수 없다.
영화나 TV를 통해 범인을 체포하거나 심문하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이 피의자에게 알려주는 주의사항이 있는데 영어가 미숙한 분들도 그 내용을 친숙하게 알고 있다. 일명 ‘Miranda Rights’라고 하는 기본권리인데 먼저 묵비권 행사, 변호사 선임권(연방 수정헌법 6조) 등에 대해 설명을 하고 피의자가 권리를 포기하면 심문을 시작한다. 그 중 오늘은 묵비권과 Miranda Warning에 대해 살펴본다.


Miranda Warning
‘미란다’라는 단어는 사람이름이다. 형사사건의 피고 이름을 따서 사례명칭 또는 법리적 원리를 호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은 Miranda v. Arizona 라는 사건으로 1966년도에 연방 대법원에서 피의자의 묵비권 행사와 변호사 선임권에 관해 심문(Interrogation)하기 전 피의자에게 반드시 알려주어야 하며 피의자는 내용을 확실히 이해한 후 자발적으로 그 권리를 포기해야 피의자의 답변 내용이 추후 재판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 지침을 확립한 판례다.
미란다 권리의 내용을 우리말로 정리해 보면 (1)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2)당신이 언급한 말들은 추후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하게 이용될 수 있고 (3)변호사와 상담할 권리와 심문 때 변호사를 대동할 권리도 있다. (4)개인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관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
여기서 심문이라는 용어는 피의자가 경찰의 Custody(감금 또는 구류) 하에 있을 경우 행해지는 행위인데 여기서 말하는 감금이란 반드시 유치장이나 구치소 내가 아닌 도로 상이라 할지라도 피의자의 자유가 속박된 상태를 말한다.
묵비권 행사의 중요한 이유는 형사재판 시 거증책임(the Burden of Proof)이 검찰에 있다는 점이다.
민사와 달리 형사재판은 검찰측의 증거를 통해 배심원이나 판사가 타당한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 유죄 평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피의자가 불리한 증언을 하여 검찰측에 유리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최소한 91% 이상 확실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피의자들의 풀려나는 많은 경우, 무죄라서 이기보다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기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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