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너럭> 진정한 금 맥
2004-04-13 (화) 12:00:00
좋은 연합감리교회 정현섭 목사
아이들 봄방학 기간이라 어제는 한시간 거리에 있는 콜로마의 한 공원에 다녀왔다. 이 공원은 백 수십 년전 서부 골드러시를 태동하게 했던 금광이 최초로 발견된 곳이었다. 또한 이 곳은 우리교회 첫 야외예배 장소이기도 하지만, 실은 3년 반 전, 2000년 7월말 새크라멘토로 교회개척을 위해 이곳을 향해 오면서 마음에 두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교인도 없이, 그야말로 ‘쌩 개척’을 위해 떠나오며 새크라멘토에 대해 가진 상식이라고는 캘리포니아의 주 도시라는 것하고, 이 지역에서 그 옛날 서부 골드러시가 시작되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텍사스 달라스에서 신학교 마지막 학기에 그간 미루고 미루던 ‘설교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영어로 설교를 두 번은 해야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한 편의 설교 중 곧 떠나게 될 교회개척의 사역을 나누며, “이제 저는 서부 골드러시가 시작된 새크라멘토를 향해 교회 개척을 위해 곧 떠납니다. 그 곳은 오래 전 수많은 사람들이 부귀의 금맥을 찾아 달려간 곳인데, 부족하지만 저는 이제 영적인 금맥을 꿈꾸며 그 곳을 향해 떠날 것입니다”라고 설교하고 기도를 부탁했다. 그래서 그 공원은 나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런데 미국 서부개척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라 생각되는 이 곳이 지금은 참으로 초라하고 허전하기만 하다. 물론 화려한 건물이나 박물관, 기념비가 없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미국사람들의 자연사랑은 혀를 내두를 정도니, 자연 있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은 보기에 참 좋다. 그럼에도 초라함과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옛날 부와 부귀를 좇아 곳곳에서 달려왔을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생각해본다. 그들은 금을 찾기 위해 산을 깍았을 것이고, 강바닥을 팠을 것이다. 그러나 모래알 같은 사금에 의지했던 그들의 부유함은 오래가지 않아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허무함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는 길에 저녁을 먹고 그동안 미루었던 또 하나의 ‘숙제’를 했다. 극장에 가서 ‘The Passion of the Christ’라는 영화를 보았다. 거기에는 영혼의 갈증을 풍성히 해갈해주고 허전함을 채워주는 참된 부유함이 있었으며 사랑과 용서와 희생이라는 놀라운 금맥이 있었다.
콜로마 한 공원의 강가에서 사금을 찾으며 흐뭇해하는 한 할아버지의 얼굴과, 십자가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다가 쓰러져 고통 가운데 부르짖는 예수님의 얼굴이 지금도 자꾸만 내 마음 가운데 오버랩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