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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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법 (175) 론과 투자

2004-03-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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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할 때는 헤어질 때를 먼저 대비하라
연10%넘는 개인 론 이자는 안갚아도 돼

한인들이 상거래에서 자주 실수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론과 투자를 구분하지 않는 경우이다. 더욱이 ‘동업’이라는 이름아래 론과 투자가 섞이게 되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한국어의 ‘동업’이라는 단어가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인지 한인들은 ‘동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상법 시리즈를 마치면서 한인들이 상거래에서 자주 실수하는 사항들을 몇 가지 더 소개해 본다.

1. ‘동업’과 ‘동업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자
한인 고객들이 “우리 두 사람이 동업을 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할 때 필자는 언제나 “어떤 형태의 동업인데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은 “자본을 반반씩 대고 하는 동업이지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필자는 “그러면 파트너십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아니면 주식회사를 설립해 두 분이 주주가 되려고 하시는 것입니까”라고 다시 묻는다. 그러면 많은 고객들이 “동업이면 동업이지 왜 동업이 그렇게 복잡하냐”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필자는 두 사람 이상이 이익을 목적으로 할 수 있는 동업의 형태가 파트너십이나 주식회사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고 설명하고, 각 조직의 특성과 설립절차를 설명한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사업체를 동업으로 설립해야 법적 책임과 세금을 줄일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설명해 준다. 물론 1인 주식회사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설립이 가능하지만, 2인 이상이 동업을 하고자 할 때는 어떤 형태의 사업체를 설립해야 하는지, 동업이 깨질 경우 어떤 계약을 해두어야 서로가 분쟁이 없이 헤어질 수 있는지 등 동업자들이 창업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두 사람 이상이 함께 하는 사업인 동업은 처음부터 계산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언제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 론과 투자를 구분하자
어떤 사업체가 하고 있는 사업에 투자를 해서 그 사업이 실패를 하면 투자가는 투자한 돈을 잃는다. 그러나 어떤 사업체에 론을 해 주었을 경우에는 그 사업체가 손해를 본다고 해도 론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론을 해 준 사람은 사업체가 흥하건 망하건 론을 해줄 당시 쓴 노트에 따라서 원금과 이자를 다시 돌려 받을 수 있다. 이런 개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이 론과 투자가 상식을 벗어나서 움직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예를 들어 사업자금이 부족한 A씨는 B씨에게 다가가 “내가 앞으로 운영할 카워시 비즈니스에 30만달러를 투자하고 같이 동업하자”고 제의했다. 동업 제의를 받은 B씨는 “내가 가진 돈은 없지만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할 수는 있다. 투자금은 남에게서 빌린 돈이니 투자금에 대해서 당신이 이자도 주고 나중에 원금도 갚아달라. 그리고 당신 말대로 투자를 하는 것이니 카워시 비즈니스에서 이익금이 나면 내가 투자한 지분만큼 이익배당을 해 달라”고 A씨에게 말했다. 사정이 다급했던 A씨는 B씨의 론을 통한 투자 제안을 수락했고, B씨는 한 달에 3% 이상의 이자를 물어야 하는 고리대금을 빌려 카워시에 투자를 했다. A씨와 B씨는 이러한 서로의 약속을 문서로 만들어 파트너십 계약서에 사인했고, 한 달 후 이 사업체를 주식회사로 바꾸었다. 처음 약속대로 A씨는 B씨에게 한 달에 3%의 이자를 카워시 비즈니스 인컴에서 6개월 이상 지불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변호사를 통해서 B씨에게 “투자나 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해왔다. 연 36%의 고리대금으로 돈을 빌려 A씨의 카워시 사업체에 투자를 해 온 B씨는 카워시 비즈니스로부터 받는 이익금으로는 이자를 물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결국 이 동업은 깨어지고 론을 통한 투자로 이자, 원금, 이익배당을 모두 받으려 했던 B씨는 남에게 빌려 투자한 돈을 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3. 근절되지 않는 불법 고리대금
아직도 월 5%의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이 한인들간에 성행하고 있다. 연 60%의 엄청난 고리대금이다. 캘리포니아 헌법은 개인이 론을 해줄 경우 이자율은 7~1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크레딧 카드 회사들이 연 18%의 이자를 받아도 무방한 이유는 크레딧 카드 회사들은 고리대금업(usury)을 금지하는 법이 적용되자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이 연 18%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 주는 것은 불법 고리대금이다. 이러한 불법 고액의 이자는 채무자가 지급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고액의 불법이자를 지불한 사람은 채권자에게 지불한 총 이자의 3배를 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더욱이 고리대금은 ‘loan sharking’으로 중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증인이 없는 가운데 현금으로만 오가는 고리대금, 그리고 이 고리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협박하는 채권자 때문에 불안에 떠는 채무자의 스토리가 아직도 한인사회의 상거래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정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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