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에 대한 강한 집착

2004-03-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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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진주만 피습보다 더 은밀한 공격을 받았다. 정부는 국토를 보호하고 테러리스트들을 궤멸할 도덕적 의무를 진다. 전 테러 담당보좌관 리처드 클라크의 책이 제기한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테러 이후 테러를 당한 뒤 이라크를 공격한 무모함을 지적한 것이다.
테러 발생 뒤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이 사건이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소행이란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집착했다. 클라크는 그의 책 ‘모든 적들과 대항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다음 테러 공격 가능성과 대응책에 대해 일련의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회의는 온통 이라크에 대한 것뿐이었다. 우리는 알 카에다를 잡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에 매달렸다. 럼스펠드와 월포위츠는 국가적 비극을 이라크에 대한 그들의 정책을 추진하려는 데 이용하려 들었다.”
책 내용은 부시와 클라크 및 고위관리들의 모임으로 이어진다. 부시는 상황실에서 다음과 말했다고 쓰여 있다. “부시는 이번 일과 관련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무엇보다도 사담이 테러를 했는지, 그가 이번 일과 연계돼 있는지를 가능한 빨리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나는 알 카에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는 자신도 알지만 사담이 관련돼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부시는 이라크를 공격할 심산이었고 그 구실을 찾고 있었다. 일본으로부터 진주만을 기습 공격당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 대신 멕시코를 공격할 것을 결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클라크는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이 9.11 테러와 연계돼 있는 것처럼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마치 지금 후세인을 잡지 않으면 미국이 핵 폭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투였다. 그리고 지금 백악관은 클라크에 대해 인신 공격을 가하고 있다. 궁금한 것은 바로 그 이유이다. 밥 허

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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