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 어려워진 중동평화

2004-03-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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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아흐마드 야신이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석방돼 가자지역으로 돌아올 때 군중들은 그를 반기며 열광했다. 군중 속에 있었던 나는 전율을 느꼈다. 몇주 후 나는 그를 만나러 갔다. 그는 허름한 집에서 허름한 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은 채 나를 맞았다.
그는 자신이 정신적 지도자이며 하마스의 군사행동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했지만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폭력사용은 정당화된다고 했다. 하마스 지도자 칼리드 메샬이 괴한의 습격을 받아 응급실에 옮겨졌으나 그 경호원이 괴한을 생포했고 그 괴한이 이스라엘의 정보원으로 판명되면서 역풍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야신과 정보원을 교환한 것이다.
야신은 아라파트 다음으로 팔레스타인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가 만일 이스라엘 감옥에서 사망한다면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하던 이스라엘 정부였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은 야신이 순교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야신은 ‘순교’했다. 이스라엘이 우려하던 것보다 훨씬 명백한 방법으로 숨을 거두었다. 야신은 젊은이들을 자살테러의 길로 몰아넣은 인물이다. 그리고 수년 간 하마스는 야신의 축복을 받으며 자살테러를 자행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치밀하게 계산됐다.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이러한 행동에 이어질 파장을 왜 고려하지 않았느냐고 궁금해하는 시각도 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고도의 계산이 있었더라도 이스라엘이 득이 되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동 평화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게 뻔하다. 이스라엘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도 자살테러를 근원적으로 봉쇄할 수 없는데 왜 이토록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외교적, 전략적, 법적 어느 측면으로 따지더라도 명분이 없다. 그나마 조금 남은 팔레스타인 중도파들을 사라지게 할 뿐 이다.

에이미 윌렌츠/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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