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민을 기만한 대가

2004-03-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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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부시 행정부가 의회와 국민에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코앞의 위험 요소이므로 즉각적인 군사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설득했었다.
미국은 그 결정 이후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전쟁 명분은 두 가지였다. 후세인이 곧 핵무기를 확보할 것이란 것과 그가 알 카에다 테러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주장은 허위임이 드러났다.
이라크 공격 결정은 2002년 8월 내려졌으나 부시 행정부는 9월까지 발표를 미뤘다. 대통령 정치 자문역인 칼 로브가 말한 대로 “테러와의 전쟁은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는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기 전 이라크 공격 안에 표결을 할 것을 종용했다.
부시는 후세인과 알 카에다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마냥 기다리다간 후세인의 핵무기에 어떤 화를 당할 지 모른다고 했다.
결국 의회는 전쟁을 승인했다. 부시 행정부가 후세인의 핵 위협을 들고 나온 것은 생물 및 화학 무기로는 의회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음직하다. 이들 무기는 오랫동안 잘 통제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무기, 알 카에다와의 연계 카드를 꺼낸 것이다. 중앙정보국장이 이 두 가지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조언을 했는데도 말이다. 연방수사국 요원들도 부시 행정부의 고집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진실이 분명한 데도 부시 행정부는 이에 일부러 눈을 감았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들의 외면 속에 전쟁에 돌입했다. 유엔을 약화시키고 국제 사회를 분노케 했다. 테러와의 전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물론 전쟁과 평화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스페인의 전 총리는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고 국민들을 기만한 연유로 권력을 잃었다. 부시도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와 흡사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에드워드 케네디/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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