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나님은 무소속입니다

2004-03-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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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일 전에 한인 동료 목사가 지나가다 오피스에 들렸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우리들의 화제는 그 날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성결혼식으로 급히 진전하였다. 동료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혀를 찼다. 그는 이러한 일이 얼마나 죄가 되고 반 기독교적인가라고 강조한 후에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도 게이 결혼에 동의하지요, 그렇지요?” 하고 물었다.
나는 그의 코멘트에 약간 놀라 잠시동안 말을 잃었다. 그가 나를 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였는데 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그의 질문에 놀란 것이다. 그는 내가 성경을 진지하게 해석하는 것을 알고 있다. 성경에 동성연애에 관하여 자주 거론되지는 않지만 동성연애가 거론될 적마다 이러한 생활을 죄악시하고 금하고 있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내가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궁금하여 그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언제가 당신이 쓴 칼럼에서, 당신이 민주당이라고 말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뉴섬 시장도 민주당이니까 당신은 그를 지지하였지 않겠는가” 하고 대답하였다.
나는 그의 대화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대강 짐작할 수가 있었다. 나의 동료는 내가 동성애 결혼을 진정으로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사실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나의 정치관을 그에게 이렇게 설명하였다. 사회적인 이슈는 보수적인 공화당 정책에 동의하고 경제적인 이슈는 자유주의인 민주당 정책에 동의하는 편이라고 설명하며 그의 혼돈을 덜어주려고 나는 노력하였다.
크리스천의 삶은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경건한 생활과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크리스천의 삶을 추구하려 한다. “나라와 민족이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시민을 얼마만큼 보호하여 주었는가도 그 사회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에게 나의 표를 던진다”라고 나는 그에게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동료는 아직도 내가 민주당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운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신은 공화당이라면서 공화당은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민주당은 동성결혼에 찬성한다는 그의 결론을 쉽게 바꾸지 못할 것 같았다.
정치는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예를 들면서 나는 그를 설득하려 하였다. 캘리포니아 전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는 개인적으로는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하였다. 그는 민주당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새 주지사는 개인적으로 동성결혼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난달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였다. 그는 공화당이다.
나는 동료에게 아놀드에게 표를 던졌느냐고 물었다. 빌 클린턴에게 표를 던진 적이 있느냐고 연이어 물었다. 그는 “물론 아니다”라고 답하였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클린턴 대통령이 ‘결혼’이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결합이라는 결혼에 대한 정의를 법적으로 결의한 ‘Defence of Marriage Act’를 지지하여 통과한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종교와 정치가 혼합된 화제로 한인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중 나는 언제가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젊은 목사가 강단에서 정치적인 설교를 하여 장로에게 야단을 맞았다는 이야기이다. 아주 보수적인 목사는 선거일이 다가오자 그의 성도들에게, “하나님은 여러분들이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기를 원한다”라고 선포하였다. 현명한 장로는 젊은 목사에게 하나님을 상자 속에 넣는 것은 옳지 않는 일이라고 훈계하면서 “하나님은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니다”라고 말하였다.
그 다음 주일 젊은 목사는 강단에서 설교하면서 “하나님은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닙니다.” 그는 잠시 멈춘 후, “다시 반복합니다. 하나님은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확실히 민주당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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