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러에 단호한 지도자는

2004-03-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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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스페인 유권자들이 뽑은 새 총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총리 당선자와 국민들이 이 전쟁이 이라크에서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국민들은 전 보수당 정권이 마드리드 열차 테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었다는 데 분개하고 표로 심판했다.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행위를 후세인 독재정권에 대한 공격 명분으로 이용한 부시 행정부도 이러한 민심에 두려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부시에 대한 지지도가 그나마 유지되고 잇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관심과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에 대한 평판은 이미지에 의한 것이지 현실에 바탕을 둔 민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는 다르다. 부시는 테러와의 연계가 없는 대상을 공격했을 뿐 실제 테러리스트들이 움텄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9.11 사건 진상규명 작업에 대한 현 정부 관계자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아도 그렇다.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박차를 가해 알카에다의 전열을 흔드는 전과를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중요한 오사마 빈 라덴 생포에는 지지부진했다. 여기에 쏟아야 할 노력을 사담 후세인 제거에 투여한 것이다.
이제 와서 빈 라덴을 잡겠다고 야단이다. 왜 진작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이라크로 초점을 옮기면서 부시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알카에다에 도움을 준 셈이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세력을 규합했다. 대규모 테러를 자행할 능력을 회복했다.
부시가 테러에 강력한 지도자임을 부각시키고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를 유약한 지도자라고 폄훼하고 있지만, 케리를 지지하는 것은 빈 라덴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가지 기억할 게 있다. 현 정부의 행적을 보면 테러와 깊숙이 연계된 정권들과는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마지못할 상황이 올 때 테러위협에 눈을 돌린다는 점이다.


폴 크루그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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