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페인 선거에서 배울 점

2004-03-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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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유권자들은 슬픔과 분노를 누르며 용기 있는 한 표를 행사했다. 테러에 의해 파괴된 열차를 배경으로 마련된 투표소에서 눈물을 훔치고 휠체어에 의지한 유권자들이 말이다.
유권자들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자랑하며 이라크 전쟁에 동참한 현 집권당에 본 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것이 바로 테러와의 전쟁에 굴복하는 것으로 오해돼서는 곤란하다.
사회당의 총리당선자는 모든 형태의 테러와 싸울 것을 천명했다. 이번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여겨지는 알카에다는 이러한 점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테러발생 전만 해도 집권 보수당이 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정부가 테러범으로 알카에다 대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을 주목하면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일었고 투표율이 높아졌다. 이는 당연히 사회당에 유리한 형국이다.
미국은 이번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다수는 이라크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간주되는 데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당선자는 거짓을 바탕으로 전쟁을 치를 수는 없다며 부시와 블레어에게 반성을 촉구했다. 스페인 국민의 90%가 반전에 동참했고 새 정부는 미국, 영국 대신 독일, 프랑스 쪽으로 기울어 질 공산이 크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유럽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유럽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에 보내온 세계의 지지가 일방적인 이라크 전쟁으로 상당부분 희석됐음을 알아야 한다.
마드리드 열차 주변에 널브러진 무고한 희생자들의 시신과 오열하는 시민들의 광경은 너무도 처참하다.
테러를 막기 위해 지구촌의 모든 정부가 힘을 합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만 이를 제대로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을 스페인 선거결과가 가르치고 있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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