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법 (173) 판매대리인(2)
2004-03-15 (월)
자유로운 상거래 방해 않으면
독점판매권계약 불법 해당안돼
미국내 상거래를 독점하거나 자유로운 상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연방법 중 ‘셔먼 독점금지법’(Sherman Antitrust Act)은 미국내 주들간에 그리고 미국과 외국과의 무역이나 상거래를 제한하는 모든 계약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카트라이트법’(Cartwright Act)은 상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독점판매권(exclusive distributorship)이 불법적인 상거래 제약이라는 이유로 분쟁이 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샤핑센터 테넌트들간에 있었던 독점판매권 분쟁 사건을 한 예로 소개해 본다.
이 분쟁의 주인공들 중의 한사람은 한인 교포이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83년 홍모씨는 한 작은 샤핑센터에서 ‘글렌데일 리커와 델리 하우스’를 운영할 결심을 했다. 그런데 홍씨가 들어가고자 했던 샤핑센터에는 에드워드 마티키안이라는 사람이 이미 입주해 ‘에드나스 커피샵’을 운영하고 있었다.
1983년 6월3일 홍씨는 마티키안이 운영하고 있는 커피샵에 자신의 부동산 브로커와 샤핑센터 건물주를 대동하고 찾아갔다. 홍씨가 이곳에 간 목적은 마티키안과 협상을 하기 위함이었다. 협상의 내용인 즉 마티키안이 자신의 커피샵에서 맥주와 와인을 팔지 않으면 홍씨도 자신의 가게에서 중동식품(middle eastern grocery items)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홍씨의 이같은 제안에 마티키안도 동의했고, 이 내용은 홍씨의 브로커가 계약서로 작성해 두 사람이 당일 사인했다.
1983년 8월1일 홍씨는 계획대로 5년 리스에 사인하고 리커와 델리 하우스를 오픈하기 위해서 샤핑센터에 입주했다. 홍씨는 마티키안과 맺은 계약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를 오픈한 후 자신의 가게에서 중동식품을 팔기 시작했다. 홍씨의 행동에 격분한 마티키안은 홍씨가 1983년 6월3일에 사인한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홍씨가 이 계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이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홍씨가 중동식품을 파는 것을 금지하는 법원명령을 신청했고, 이 사건을 심의한 법원은 마티키안의 금지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금지명령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홍씨는 이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중동식품을 팔았다. 홍씨는 마티키안과 맺은 계약이 불법적인 상거래 제약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홍씨의 행동에 격분한 마티키안은 홍씨가 법원의 금지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홍씨를 법원에 고발했고 법원은 법정 모독죄로 홍씨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그러나 홍씨는 벌금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중동식품을 팔았다.
마티키안은 홍씨가 법원명령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두번째 법정모독 명령(contempt order)을 법원에 신청했다. 두번째 법정모독으로 법원에 불려온 홍씨는 계속해서 “6월3일 두 사람이 맺은 계약은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홍씨의 이같은 강경한 태도를 감안한 법원은 홍씨와 마티키안에게 중재(arbitration)를 명령했다. 중재에서 홍씨는 패소했다.
자신이 억울하게 졌다고 생각한 홍씨는 계속해서 중동식품을 가게에서 팔았고, 법원이 자신에게 내린 중동식품 판매 금지명령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모션을 법원에 신청했다. 그러나 이 모션은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그러나 홍씨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일심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1985년 2월2일 이 사건을 심의한 항소법원은 홍씨와 마티키안의 계약이 합법이라는 일심판결을 재확인했다. 그 이유로 항소법원은 문제의 계약은 샤핑센터 건물주와 홍씨가 리스계약에 사인하기 이전에 리스의 전제조건으로서 맺은 것이라는 점과 건물주가 홍씨에게 리스를 주기 전에 두 테넌트가 이 계약을 서명하는데 직접 참여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계약은 건물주가 샤핑센터 내에 ‘독점판매권’(exclusive distributorship)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건물주가 준 ‘독점판매권’이란 한 스토어는 비어와 와인과 리커를 팔도록 허락하는 반면, 다른 스토어는 중동식품을 팔도록 허락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독점판매권이란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홍씨가 맺은 계약은 어느 정도 상거래의 제약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불법이라고 규정할 만큼 극심한 상거래 제약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일반 소비자의 권익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아니라고 법원은 설명했다.
홍씨의 케이스에서 볼 수 있듯이 독점판매권을 얻기 위한 계약을 맺을 때는 이 계약이 불법적인 독점이나 상거래 제약이 되지 않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강정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