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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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상법

2004-03-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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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창 변호사

전 업주에게 밀린 물건대금 받으려면
<문> 한 건강식품 가게에 물건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저의 물건대금을 갚지 않고 에스크로나 신문공고 없이 새 사람에게 가게를 팔았습니다. 새 주인은 시의 영업허가와 리스를 명의 변경하였습니다. 이 경우 새 주인에게 물건대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요. 만일 거절한다면 새 주인에게 받을 길은 없는지요. 새 주인은 이전 주인의 주소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저로서는 이전 주인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답> 새 주인에게서 지불 받을 권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파손된 물품, 납기지연 등의 별다른 항변사유가 없는 한). 가게를 판매하였다면 새 주인이 그 가게의 모든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예컨대 부채)까지도 승계를 하였다고 봅니다. 가게 매매 후 채권자들로부터 가게의 채무상환 요구가 새 주인에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법이 에스크로를 열고 일괄처분(bulk sale) 통지를 신문에 공고하는 것입니다. 에스크로도 열지 않았고 신문 공고도 되지 않았으므로, 가게로 들어오는 채무상환 요구에 대해 주인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선의의 매입자는 채권자에 대항할 수가 있으나, 새 주인의 경우 에스크로를 열지 않고 공개적으로 매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 주인은 자신이 선의의 매입자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렵겠습니다. 물론 전 주인과 새 주인 사이에 전 주인의 채무는 전 주인이 진다고 하는 약속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약속이 제 3자인 채권자를 구속하지는 않습니다. 새 주인이 지불을 거절할 경우 소송을 통해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파산선고 후 크레딧 회복
<문> 아내와 98년 3월쯤 파산선고(Chapter 7)를 받았습니다. 파산시효는 이제 몇 년간 더 있으면 만료되는지, 그리고 파산시효 만료 후 우리 두 부부가 크레딧 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지, 또한 집을 살 때도 은행에 융자신청을 할 수 있는지, 그 외 TRW 기록 등에서 삭제되는지 상세히 알려주십시오.
<답> ‘파산시효’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러한 말은 없고 아마도 파산선고(문맥상 부채소멸 통지를 뜻하는 것 같음) 후, 정상적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질문으로 알고 답변을 하겠습니다. 98년도에 부채소멸 통지가 나왔으므로 현재는 크레딧 카드 신청, 집 융자나 기타 융자 신청 등의 모든 행위를 하는데 아무런 법적 제약은 없습니다. 실상 파산신청 후 이러한 크레딧 거래 행위에 대한 시간적 제한은 없습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파산한 다음날도 크레딧 카드 신청은 가능합니다. 단 파산기록은 10년간 존속하기 때문에 TRW 등의 신용조회서에는 아직도 파산기록이 남아 있습니다(참고로 파산 이외의 다른 신용기록들은 7년임). 문제는 아직도 파산기록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크레딧 심사기관(은행)의 심사가 훨씬 까다로워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6년 정도가 경과되었으므로 조금이나마 크레딧 회복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피소에 대한 답변과 크로스 클레임
<문> 2년 전 A와 동업을 하다가 제 지분을 A에게 팔고 저는 그만 두었습니다. 지난 주 소송장을 받았는데 제가 동업을 그만 둔 이후 A가 혼자 물건을 샀으며 물건 값 8만달러를 안 갚은 것이었습니다. 분명 제가 나온 이후에 발생한 일이고 또 제가 그만 둘 때 이 이후에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그 친구가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저는 소송을 감당할 돈도 없고 해서 그 친구에게 제 소송까지 같이 막아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못 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내용을 보면 판사가 알 것이고 그래서 저는 그냥 그 소송에 대해 내버려둘까 하는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답> 절대 안됩니다. 소송을 방어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고 했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고소장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default’라고 해서 항변을 포기한 것으로 봅니다. 그럴 경우 그 채무가 그만 둔 이후에 생겼다는 항변조차 할 기회가 박탈이 됩니다. 판사가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절대 금물입니다. 극단적으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 알고 있을 경우에도, 그에 대한 반박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바로 궐석판결(default judgment)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돈이 들더라도 방어를 해야지 판결이나 default 등재 후 6개월이 지나면 그러한 잘못된 판결을 뒤집을 기회마저 상실하고 영원히 빚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업을 했던 그 친구에 대해 cross-claim이라는 것을 하여야 합니다. 즉 내 빚이 아니고 그 친구가 갚아야 할 빚이며, 혹시 패소판결이 내 앞으로 떨어지더라도 그 빚은 A라는 친구가 갚아야 한다는 것을 청구하는 내용의 일종의 맞고소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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