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위협을 무시하고는 테러 발생 이후에 급박하지 않은 이라크로부터의 테러위협을 과장한 부시는 지금 9.11 진상규명위원회의 작업을 방해하면서 9.11의 비극을 재선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죽고 부상한 미군들과는 사진 찍기를 거부한 부시는 9.11 희생자들의 모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소방관 노조와 희생자 유족들이 부시의 정치게임에 반기를 들고 있어도 부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비극의 당시 상황을 이용하는 대신 9.11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이 도리”라는 충고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부시는 이라크에 대한 자신의 거짓과 엄청난 재정적자, 신통치 않은 고용시장, 테러를 빌미 삼은 민권침해 등에 대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정치적 야심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초당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무시한 것도 오사마 빈 라덴에 의한 테러 위협을 귀띔해 준 클린턴 행정부의 충고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부시는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 9.11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자체를 반대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테러리스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조사는 쉬쉬하고 빈 라덴에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이라크의 후세인을 쳤다.
파키스탄 정부가 자국의 핵 과학자가 북한에 핵 개발 기술을 전수했음을 인정했는데도 파키스탄에 대해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부시는 행정부가 9.11 사건과 테러와의 전쟁을 어떻게 수행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만 주장할 뿐 진정한 논의와 조사를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자신만이 정보를 움켜쥐고 조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왜곡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신성한 개념을 조롱하고 있다.
로버트 쉬어/LA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