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너럭> 세계속의 한국인
2004-03-02 (화) 12:00:00
새크라멘토 한빛 교회 김종일 목사.
필자는 서부로 이사를 와서 살기 전 동부 뉴저지에서 몇 년간 지낸 적이 있다.
그 때 나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미국의 공휴일이 아닌데도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어보니 유대인의 절기 때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타운에는 유대인들이 많아서 그 날에 학교가 문을 열어도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대인들이 자기의 종교적인 전통을 얼마나 철저히 지키는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리고 미국의 사회 속에 은연중에 유대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실례이다.
우리는 과거에 흔히 미국을 용광로와 같은 나라로 생각해 왔다. 다 인종이 살면서 함께 미국의 주류문화 속에 녹아져 하나가 되는 것 같은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요즘은 미국을 샐러드 바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용광로 속에 섞여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가지면서 함께 조화를 누리고 즐기는 나라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에 사는 모든 인종들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고 있다. 우리 교포 한국인들도 미국 속에서 그냥 휩쓸려 들어가서 어정쩡하게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좋은 전통을 이 땅에서 펼치고 소개하며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우리의 독특한 것을 소개하고 나눌 때 다른 인종으로 구성된 여러 미국인들도 우리를 알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게 되고 더 풍성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적어도 구정을 비롯한 명절이나 한글날 등에 한국인들이 최소한 하루쯤은 비즈니스를 닫고, 직장인들은 휴가를 내어서 우리의 것을 기리고 기뻐하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날은 지역에서 장구, 꽹과리, 북을 치며 풍물패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기쁨을 행사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구정에는 우리의 고유한 윷놀이 등도 소개하고 떡국, 인절미, 김치, 불고기 등도 함께 나누는 날이 되고, 한글날에는 우리 글의 독창성도 알리고 외국인을 위한 글짓기, 웅변 대회 등도 가지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것은 반드시 유대인처럼 어떤 힘을 행사하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시대에 우리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긍지를 가지고 세계문화 속에서 한국인의 우수한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삶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우리의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정체성을 발견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