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판난 민주당 예선

2004-0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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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인 존 에드워즈가 선두주자인 존 케리를 평한 발언은 대통령 예선 사상 가장 부드럽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에드워즈는 케리가 “자신의 친구며 그를 존경한다”고 밝히고 의견 차이는 있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온건한 민주당 예선의 특징을 잘 말해 준다. 2000년 예선에서 앨 고어와 빌 브래들리가 싸울 때는 처절하기까지 했다. 1992년 빌 클린턴과 폴 송가스가 붙었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하워드 딘이 케리를 “공화당원”이라고 부르며 공격할 때도 뉴햄프셔나 사우스캐롤라이나 TV 토론 때처럼 정작 중요한 대목에서는 몸을 사린다.
왜 후보들이 선두주자에 대한 공격을 회피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케리가 그 덕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이김으로써 선두를 차지했고 그 후 미주리 등 5개 주에서 승리, 자리를 굳혔다. 에드워즈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이겼고 웨슬리 클라크는 오클라호마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겼으나 딘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케리는 상대방 후보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케리는 지명을 따내 부시와 맞붙을 것이다.
에드워즈는 스스로 결정한 긍정적 캠페인의 볼모가 돼 버렸다. LA타임스의 로널드 브라운스틴에 따르면 이 전략은 딘을 상대로 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케리가 선두에 섬에 따라 에드워즈는 이를 후회하게 생겼다. 그가 지금이라도 언론을 통해 케리의 약점을 공격한다면 케리 대세론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케리는 현재로서는 다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로부터도 이례적으로 호감을 사고 있다. 5개 주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유권자의 80%가 케리가 지명되면 만족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드워즈도 마찬가지다. 뉴햄프셔 예선에서 12%밖에 얻지 못했지만 73%의 민주당 유권자들이 그에 호감을 보였다.
케리에게는 운도 따랐다. 만약 에드워즈가 오클라호마에서도 이겼더라면 케리의 적수로 떠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클라크가 오클라호마에서 이김으로써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제 케리의 맞수는 없다.
예선 스케줄도 케리에게 유리하다. 남부 지역에서 에드워즈가 힘을 써볼 지도 모르지만 그 전에 케리는 워싱턴과 메인 주를 휩쓺으로써 그 가능성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 예선은 1976년 대선을 연상시킨다. 당시 지미 카터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이기고 조직적으로 대의원을 확보,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따냈다. 제리 브라운 후보는 여기 저기 예선에서 이기기는 했으나 카터의 승리는 아무도 의심할 수 없었다. 지금 케리도 그렇다.

프레드 반즈/위클리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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