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새해 예산안은 ‘국토안보’ ‘메디케어’ ‘소셜 시큐리티’를 제외한 다른 민생 부문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2조4,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수치가 많은 서민들을 안심시킬 수는 있겠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인플레를 감안할 때 민생부문은 삭감되는 셈이다. 이를 국민들이 서서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부시는 향후 5년간 5,210억달러의 적자를 계상하면서도 여유 만만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추가 전비 또는 전후 복구비는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그리고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임시 감세 조치를 영구화했을 때 생길 장기적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그 동안 과도하게 지원해온 농업 부문에 대한 정부 보조를 대폭 줄이겠다고 하지만 말대로 실현될지 미지수다. 지역구 의원들이 과연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이 같은 안에 찬동할 지 의문이다.
그리고 부시는 환경보호청 예산을 7% 삭감했다. 이 예산안은 또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프로그램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교육예산에는 10억달러를 추가해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 전체 교육 부문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교육 재원을 삭감한 점도 우려된다.
메디케어 처방약과 관련한 예산으로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지만 정부에 그만한 여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기만 하면 만사형통으로 잘 돌아갈 것으로 여긴다면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물론 선거용으로는 효과가 있을 지 모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비난하고 작은 정부를 주창해 왔는데 부시의 새 예산안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 예산안이 공화당의 이미지를 ‘예산을 해적질하는 당’이란 인식을 강화할 뿐이다.
뉴욕타임스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