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에 대한 선입관을 버려라

2004-0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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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케이 전 무기사찰단장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정보력을 비판하면서 자료 수집 및 수집된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북한에 대해서도 정보력을 과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워싱턴의 신보수주의자들에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
1998년 초 국무부에서 대 북한 업무를 맡았을 때, 나는 내가 북한에 대해서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이북 태생이고 아버지가 남한 출신인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나는 북한에 대해서 초 강경 매파였다. 북한은 전체주의의 악한 약소국가이고, 미국은 강력해서 조금만 압박을 가하면 이 작은 나라를 까불지 못하게 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북한이나 북한주민에 대한 내 생각이 지극히 희화적이었으며 모든 것이 그렇게 흑백으로 갈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 평양에 대한 다음 전략을 구상하는 시점에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그들이 품고 있음직한 신화에 대해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은 남한, 미국, 혹은 일본을 선제공격 할 것이라는 신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군사 충돌시 북한이 막대한 손실을 입힐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선제 공격은 파멸의 길이라는 것을 북한은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고슴도치 식 방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이 끊임없이 공갈을 일삼는 것은 열등감 때문이다. 경제는 엉망이고 식량은 바닥이 나있다. 1백만 병사가 있다고 하지만 병력은 서서히 저하하고 있다. 내가 본 대부분의 북한 병사들은 5피트5인치 미만의 키에 체격이 왜소하기 그지없었다. 반면 남한 군인들은 최소한 5피트10인치에 175파운드의 체격을 가지고 있다.
북한 리더십은 정복이 목적이 아니라 체제 존립과 독립이 목적이다. 그렇지만 부시대통령의 선제 공격 독트린과 악의 축 딱지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극한으로 나가려 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할 일은 핵무기 같은 무기가 없어야 더 안전하다고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채찍 뿐 아니라 당근이 필요하고 진정으로 개입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음 신화는 국민들이 김정일 정권의 전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국민은 구 소련 위성국가 국민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세뇌된 사교 추종자들과 같다. 김정일 사교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여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세상에 다른 방식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김정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광신자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김정일이 없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체제 변화나 쿠데타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신화. 북한 리더십은 하나로 통제된 조직체가 아니다. 공산당이나 군 등 각 집단 사이에 다른 견해들이 존재한다.
또한 세대간의 차이도 있다. 최고위층 지도자들의 대부분은 북한 건국 이전에 태어난 세대로 한때 바깥 세계와 정기적으로 접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실용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40대 후반, 50대의 차세대 리더들은 냉전과 고립 체제에서 자라고 이데올로기적 선전에 길들여졌다. 그들이 열망하고 선동하는 것은 일종의 지하드이다.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맹목적 광신자들이 상당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 체제 변화를 너무 밀고 나가면 서방에 대한 적대감만 높일 수가 있다.
북한 리더십은 외부에서 압력만 가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신화도 문제가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안보 이슈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에는 거의 힘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북한이 중국에 의존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의 태도를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북한이 죽기를 각오한 마당에는 더욱 그렇다. 약하기 때문에 더 막 나갈 수가 있다. 사담 후세인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김정일이 더욱 결의를 다진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김정일의 눈에는 핵무기만이 유일한 살 길인지도 모른다.
오판은 일상사이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 오판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섣부른 압박은 오히려 북한의 적의만 높일 수가 있다.

필립 윤/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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