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혈아의 정체성 찾는 과정

2004-01-3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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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1세와 교류통해 그려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가 한인인 한 혼혈 아동의 아이덴티티와 한인 1, 2세사이의 끈끈한 정을 그린 한글과 영어로 쓰여진 동화책 ‘쿠퍼의 레슨’(Cooper’s Lesson)이 비 영리 출판사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칠드런스 북 프레스’에 의해 최근 출간 됐다.
시인이자 교사, 프리랜스 작가인 한인 2세 신순영씨가 영어로 글을 쓰고(한글 번역 민 백) 한인 2세 화가인 김 코간씨가 삽화를 그린 이 서적은 동네에서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전형적인 1세 이씨 아저씨의 따뜻한 정을 통해서 소년(쿠퍼)이 한국말을 좋아하게 되고 아이덴티티에 눈떠가는 과정을 따스하게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이씨는 그로서리에서 얼떨결에 빗을 훔친 소년을 ‘나쁜 아동’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감싸고 가게에서 일을 시키면서 한국말을 가르쳐 주고 한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심어준다.
또 이 서적에서 자신이 혼혈이라는 사실에 대해 언짢아 하고 있는 소년이 “가끔 저는 이것 아니면 저것 둘중에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예요”라고 말하자 이씨 아저씨는 “오, 그래? 너는 다른 사람들과 똑 같아지기를 원하니? 마치 선반에 있는 통조림이나 저기에 줄지어 있는 냉동 생선처럼 말이니?”라고 반문하면서 혼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책 말미에 “그리고 다같이(이씨 아저씨, 소년, 소년의 어머니)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이 도란도란 주고받는 얘기 소리가 부드러운 밤 공기와 함께 어우러졌습니다”라고 쓰면서 서로 한국말을 나누는 따뜻한 사랑으로 결말을 내리고 있다.
이 작품은 혼혈로 성장하는 아동, 혼혈 아동을 키우는 어머니, 이들을 알고 지내는 한인 1세 아저씨의 생각을 쉽고, 아름답게, 그리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표현하면서 미국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인1세, 2세의 사랑과 아이덴티티를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
총30여페이지인 이 동화책의 페이지마다 화가 김 코간씨의 유화 삽화가 그려져 있어 내용과 등장 인물들의 분위기와 스토리 전개 과정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작품을 쓴 작가 신순영씨는 13개월 때 미국에 입양되어 보스톤 대학을 거쳐서 맥캘레스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시인, 수필가이자 교사로 현재 미네아폴리스에 거주하고 있다. 화가 김 코간씨는 77년 미국으로 입양되어 북가주 베이에어리어에서 줄곧 성장했고,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칼리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한편 이 동화책은 ‘칠드런스 북 프레스’ 웹사이트 www.cbookpress.org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으며, 2월말께 ‘반스앤 노블스’를 비롯한 일반 서점에 배부된다. 가격은 16달러95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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