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보험 계좌’ 구입 불편해요

2004-01-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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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 하는 곳 적고
연회비 물리기도

26일 문모씨는 여러 은행의 지점과 보험사 등에 전화를 걸어 ‘건강보험계좌’(health savings account)에 어떻게 가입하는 지 물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문씨에게 그런 계좌가 있었냐고 반문했다.
문씨는 “지난해 12월23일 한국일보 D7면에 소개된 건강보험계좌 기사를 읽고 가입할 곳을 백방으로 찾았다”며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올 1월부터 시행한다던 계좌가 팔리지도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 연방 상하원을 통과한 메디케어 개혁법안의 핵심인 건강보험계좌를 제공하는 은행과 보험사가 적어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방 재무부도 계좌에 대한 세부 규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해 계좌 출범을 늦추고 있다.
비과세 혜택을 받는 이 계좌는 소비자들이 적립된 돈을 건강보험의 보상이 미치지 않는 의료비용을 지불하는 데 쓰도록 제정됐다. 부시 대통령도 20일 의회에서 행한 연두교서 발표에서 이 계좌를 홍보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이 계좌를 판매하고 있는 보험회사는 골든 룰, 포티스 헬스, MSAVer, 데스티니 헬스, 애트나 정도. 휴머나와 블루스 플랜 등은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계좌를 제공하더라도 자사의 건강보험을 끼워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계좌를 사기 위해 건강보험까지 옮겨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골든 룰과 포티스 헬스는 각각 24, 35개 주에서 건강보험과 이 계좌를 함께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MSAVer은 50개 주에서 건강보험계좌만 따로 팔고 있다. 하지만 일정액의 연 회비를 별도로 받기도 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까다로운 규정도 계좌 확산을 막고 있는 요인이다. 계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연간 디덕티블이 최소 1,000달러(가족은 2,000달러)인 건강보험을 구입해야만 한다. 또한 자신이 부담하는 연간 의료비용 지출도 5,000달러(가족은 1만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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