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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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 싸게 하는 법

2004-0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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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8월3일 크리스토퍼 컬럼버스가 팔로스 데 라 프론테라 항구에서 출항할 때 분명 부두에 서서 투덜대는 농부들이 있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돈 낭비이지. 국내 문제가 태산인데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항해에다 돈을 처들이다니” 하고 말이다.
그런 무지몽매한 견해가 판을 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랬다면 스페인은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제국 중의 하나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달을 식민지로 만들고 화성을 방문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대담한 비전을 두고 지금 나오고 있는 주도적인 반응이 스페인의 농부들 정서인 것 같다.
용감한 신세계를 탐험하는 대신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세계나 완벽하게 만들라는 비판이다. 우주탐사 계획을 전면 폐지함으로써 이 땅의 가난, 굶주림, 질병의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다면 나도 그런 주장에 동의하겠다. 하지만 이런 고통들은 태고부터 있어왔고 그런 문제가 있다고 우주 탐사를 무효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달과 화성 탐사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유들로는 테크놀러지 수확, 풍부한 광물 개발, 지구가 잘못될 경우 안전지대 확보, 혹은 지구 외 생명체 발견 등이 꼽히고 있다. 어쨌든 우주 개발은 멋진 일이 아닌가. 단 비용이 문제이다.
비효율적이기로 유명한 미항공우주국(NASA)에 맡기면 비용이 너무 비싸다. 화성에 가는 데 수천억달러가 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저명한 항공우주 엔지니어이자 화성협회 창설자인 로버트 저브린은 정부가 예산을 대는 대신 첫 번째 화성 왕복여행에 200억달러를 상금으로 내걸 것을 제안했다. 이에 도전할 항공우주 전문 회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1996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존 티어니는 한발 더 나간다. ‘화성으로 가는 법’이란 칼럼에서 그는 상업적 스폰서를 붙이면 화성 왕복 비용은 훨씬 절약될 것이라는 제안을 했다. 올림픽 3주간 TV나 마케팅으로 벌어들이는 것이 20억달러이니, 3년간 화성여행은 상당한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 시리얼, 화성 음악, 화성 댄스 등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리얼리티 TV 시리즈가 크게 히트할 수가 있다.
탐험과 상업주의를 혼합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컬럼버스, 마젤란 등 역사적 탐험가들이 사적, 공적 자금줄의 도움을 받아 재정을 확보했고, 20세기 초 남극을 탐험한 어니스트 새클톤은 언론에 보도권을 팔고, 책을 써서 비용을 마련했다. 북극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는 자신의 브랜드 눈 신발과 방한복을 팔아 비용을 감당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우주탐사는 너무 비싸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화성에 갈 수 있다면 한번 해볼만하지 않은가.

맥스 부트/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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