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 화성에 갈 땐가

2004-0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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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단지 문제가 많았던 우주 왕복선을 서서히 철폐할 생각이라면 이는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달에 우주 기지를 설치하고 이를 우주 탐사의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면 이는 야심 차기는 하지만 목적이 불분명하고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또 하나의 사업이 되기 십상이다.
미국은 지금 재정 적자와 교육, 보건 문제,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 하지 않아도 되는 비싼 돈 들어가는 사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통령의 연설과 브리핑만 가지고는 진심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백악관은 이에 들어가는 돈은 기존 예산에만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10억 달러 규모의 NASA 기존 예산을 유인 우주선 개발에 전용하고 매년 예산을 10억 달러씩 늘려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NASA는 주어진 예산만 가지고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우주 왕복선만 해도 수없이 책정된 예산보다 많은 돈을 썼다. 아버지 부시 때 NASA는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데 1989년 달러로 4,0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과거 예로 보면 이는 실제로 들어갈 돈보다 훨씬 적은 액수임이 분명하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화성에 가야 하는 지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부시는 “인간의 지식욕은 사진만으로는 충족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지 우주 여행만을 위한 우주 여행은 가치가 의심스럽다.
달에 우주 기지를 만들겠다면 로봇이 아니라 꼭 인간을 보내야 하는 구체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인간을 우주에 내보기 위해 내보내는 것은 NASA의 훌륭한 지적 기술적 자원의 낭비에 불과하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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