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울너럭]
▶ 목영수 목사<새크라멘토 엘림 장로교회>
멕시코를 여행하다 보면 이상한 곳도, 재미있는 장소도 많이 듣고 구경할 수 있다.
그 이상한 곳 중에서 멕시코와 샌디에고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조그마한 동네 안에 여인들이 옷과 가정도구들을 세탁하는 빨래터가 있는데 그곳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이다.
그 빨래터에 한쪽에서는 찬물이 작은 골짜기로부터 흘러나오고 다른 옆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온다. 찬물이면 찬물이고, 더운물이면 더운물이 나와야 되는데 이곳에는 두 가지 물이 한꺼번에 나온다.
그곳에서 빨래하는 것을 본 한 여행객이 안내원에게 말했다. ‘이곳에 사는 여인들은 참 복도 많네요, 이렇게 한곳에서 찬물과 더운물이 함께 흘러나오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랬더니 안내원이 말하기를 ‘웬걸요, 이 여인들은 불평이 많습니다.’ ‘아니 이렇게 찬물 쓰고 싶으면 찬물 쓰고 더운물 쓰고 싶으면 더운물 쓰고 있으니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 왜 그렇지요?’
다시 물었더니 안내원의 이야기가 이렇다. 이 여인들의 불만은 왜, 비누 물은 안나오느냐?는 것이다.
나에게 아들(정민)과 딸(여미마) 하나씩 있다. 아들은 버클리 대학에서 학업 때문에 떨어져서 살고 있는데 매주일 마다 새크라멘토까지 와서 나의 목회를 도와주고 있다. 영어를 탁월하게 잘하기 때문에 자주자주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을 부탁한다.
그런데 지난 주일은 좀 더 많은 일을 해주지 않는다며 아들에게 불평과 짜증을 털어놓았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설교를 마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터져 나온 나의 불만 이였다.
비누 물은 왜 안나오느냐고 불평하는 빨래터의 여인들과 같이 나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도 주고 필요하면 따뜻한 물도 흘러 보내주고 있는 나의 아들에게 비누 물까지 요구하는 욕심쟁이 아빠로 변해 있었다.
그 아들을 낳고 얼마나 기뻐하며 감사했던지 일과가 끝나면 매일 아기를 보려고 파킹 장에서 병원 신생아 실까지 천천히 걸어가도 5분이면 가는 거리를 일분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달리기 선수 같이 뛰었던 때를 왜 잊었는가?
감사는 없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게 주워진 것을 헤아려 볼 수 있는 마음이다. 11월은 감사의 계절이다. 이미 내게 주워진 많은 좋은 것들을 헤아려 볼 수 있는 넉넉함이 있어서 감사의 마음이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뜻도 우리가 감사하는 삶이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