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성원 박사 칼럼 - 세계 경제 성장조짐

2003-11-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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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걸쳐 경제가 성장할 초기 조짐이 보인다. 원동력은 대미 수출 증가에 있다. 따라서 외국의 경제 성장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국내 수요는 많지 않다. 세계는 지속 가능한 확장을 보장해줄 또 다른 동력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유럽은 적합한 후보가 아니다. 유럽은 생산성 향상을 제한하는 강경한 노동시장과 같은 구조적 문제로 앓고 있다. 유럽의 경제 중추인 독일은 고비용 생산국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통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했다. 금융통화와 예산 정책 모두 유럽 경제를 튼튼히 하는 데 실패했다. 유로화 강세로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 일본은 형편이 더 좋지 못하다. 은행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지불불능 상태다. 은행 시스템 기능 상실로 여신 심사가 무너져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국과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수요가 빈약해 일본이 살 길은 수출뿐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일본은 현재 수출 증대를 위해 엔화 약세가 지속되길 원한다.
다행히 타오르는 중국 경제가 기관차가 되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이들의 주요 경제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미 경제성장의 25%는 중국 덕택이다. 중국의 수요로 인해 구리에서 고철까지 상품가격이 오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활력에 힘입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는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많은 경제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된 중국에 변동 환율제를 도입한다 모든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간당 제조업 임금은 중국이 65센트인 것에 비해 미국은 12달러, 멕시코는 2달러다. 중국은 숙련 노동력과 기술도 충분히 갖췄다. 중국의 연간 대미 무역흑자가 1,0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전체 무역흑자는 점차 줄고 있다. 경상수지도 곧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위안화 강점의 일부는 중국의 자본 통제에 기인한다. 돈은 많이 들어오지만 잘 나가지는 않는다. 통제가 없다면 위안화 가치는 폭락할 수 있다.
위안화의 갑작스런 재평가는 또 다른 아시아 경제 위기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의 수출이 비틀거려 실업률 회복이 둔화될 것이다. 그리고 위안화 재평가가 미국의 수입을 줄이는 것도 아니다. 미 무역적자의 70% 이상은 해외 통화의 약세가 아니라 수입을 촉진하는 미 국민의 왕성한 소비욕 때문이다. 1999년부터 달러를 위주로 한 아시아 국가의 외화 보유고는 6,600억달러가 늘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인민은행은 미국이 연방예산 적자 해소를 위해 돈을 빌리는 해외 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급격한 달러 평가절하는 아시아 투자가들이 미 국채를 매입하는 걸 멈추게 해 국채 수익률과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중국이 점진적인 통화 재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호재다. 천문학적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감안하면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중국에도 큰 관심사다. 게다가 중국의 강력한 경제성장은 점진적 통화 재조정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시간이 걸릴 따름이다.
웰스파고은행 수석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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