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전쟁의 성적표

2003-11-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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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성과를 채점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바그다드 주변 자살 공격으로 최소한 35명이 사망한 날 그는 우리가 이라크에서 성공을 거둘수록 살인 집단의 반응은 거세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끔찍한 논리를 적용하면 앞으로 우리는 사망자가 많을수록 축하를 해야 할 판이다.

이라크에서 합법적 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적 사회가 형성되는 것을 바트당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들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말은 맞다. 그리고 미국의 보호 하에서 이라크 국민들이 시장경제와 시민사회의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독재주의 중동의 한 가운데서 이런 일은 대단한 성공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사망과 파괴에도 불구, 이라크 국민들의 삶이 나아졌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국민들의 형편을 낫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이라크를 침공하느라 귀중한 생명과 자원을 소모했는데 그것은 코소보에서처럼 인도주의적 차원의 재앙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라크 국민들의 이해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이해를 위해 행동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라크 전쟁의 성과에 대한 성적을 매기려면 우리가 지불한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세계가 더 안전해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지금 밝혀진 것으로 보면 사담 후세인이 막대한 양의 생물무기나 화학무기를 숨겨두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하더라도 핵 프로그램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담으로 인한 위협은 덜 심각했고 그러므로 성과도 그만큼 덜한 것이다. 그렇다면 손실은 어떠한가. 우리가 흘린 피와 재물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미군 병사가 246명이나 사망했고 이라크 병사와 민간인 수천명이 사망했다. 이라크에 우리가 쏟는 비용은 매달 4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수행하면서 보인 오만한 일방주의로 우리 우방과의 관계에 금이 갔다. 다른 국가들과 협의하여 행동하지 않은 대가로 미국은 이슬람권 전역에 퍼진 증오의 유일한 타깃이 되었다. 미국은 스스로 자초한 고립주의의 결과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공격의 화살을 돌리는 대신 알카에다 궤멸을 위한 전 세계적 캠페인을 주도했다면 어땠을까. 실패한 정권들은 더 이상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차원의 위협이 된다는 점을 공표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부시 행정부는 미국 밖에서 너무나 인기가 없는 전쟁에 우리 우방국들이 참여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려 들었다. 그런 모든 부정적인 측면들을 상쇄하고 점수를 얻으려면 이라크에서 웬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서는 어려울 것이다.

제임스 트러브/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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