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베트남 아니다

2003-11-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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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9.11 이후 우리는 폭력에 무감각해져 웬만한 사태는 덤덤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월요일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테러는 전후 최악이었다. 회교도의 명절인 라마단 첫날 앰뷸런스에 폭탄을 싣고 적십자사로 돌진, 자살 공격을 감행했다. 아무 것도 꺼리지 않고 갈 데까지 가겠다는 것이 테러리스트의 메시지다.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들이 어떤 자들인가 하는 점이다. 유럽과 아랍권, 반전 좌파들은 이라크가 아랍의 베트남이며 이런 공격을 하는 자들은 이라크를 미국으로부터 ‘해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은 이라크판 베트콩인 셈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들은 이라크의 베트콩이 아니라 크메르루즈다. 사담 추종자와 알 카에다 요원들은 이라크인들로 하여금 자치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이 이라크를 통치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들은 테러행각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라크인들이 이를 아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인 대부분은 이들이 노리는 바트당이나 오사마 빈 라덴의 집권을 원하지 않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이라크를 영구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변화시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들은 많은 좌파들과는 달리 우리가 왜 싸우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베트남이나 냉전 때와는 달리 석유나 제국주의, 부패한 정권 지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랍 심장부에 민주 정부를 세우기 위해 가장 급진적인 자유주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 힘을 사용하고 있음을 안다. 이라크에서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그 곳을 점령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사담 치하에서 이익을 누려온 기존 체제를 송두리째 뒤바꾸려 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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