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럼스펠드 메모’ 읽기

2003-10-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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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이 잘 되고 있다고 호언하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지난 주 군 수뇌부에 회람한 메모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회의적인 표현을 한 것이나 알 카에다를 발본색원하는데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탈레반 색출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국방부와 같이 거대한 조직이 이러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적절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메모는 테러와의 연계가 분명하지 않은 이라크를 공격할 때의 과감한 군사행동과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방부에 이라크 재건과 외교정책 수립을 맡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럼스펠드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 잔당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공격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이러했던 그가 메모에서 나타났듯 뒤늦게나마 현실을 직시한 것 같아 다행이다.

영악한 럼스펠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안다. 최근 이라크 문제로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담당 보좌관에게 재건에 관한 정책 수립의 권한을 빼앗기고,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장과도 불편한 관계에 있다. 이제 럼스펠드에겐 무언가 포괄적인 논의거리가 필요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좌지우지했으나 문제가 꼬이자 그 부담을 나누려고 한다. 테러문제를 전담할 조직의 필요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조국안보부가 신설됐으니 부시 행정부가 조만간 새로운 조직을 창설할 가능성은 없다.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국방부 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엄청난 예산증액 결과를 낳는다면 곤란하다. 국방부 에산은 이미 너무 많다.

연간 국방비에 4,000억달러가 소요된다. 이는 냉전시대 소련의 군사위협에 직면했을 때와 맞먹는 액수다. 럼스펠드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21세기형 첨단 무기체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이라고 하면서 이제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무기체계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다. 그는 또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우방국들을 모욕했고 정보기구들이 자신의 견해에 맞는 정보를 공급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이는 테러와의 전쟁 수행에 긴요한 부분에 타격을 가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럼스펠드의 이번 메모와 관련한 그의 의도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되 럼스펠드가 구상하는 국방예산 증액에는 완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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