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감 가는 터미네이터

2003-10-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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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제네거가 새 주지사에 당선된 것은 그가 할리웃 스타여서도 아니고 그의 경제회생 계획 때문도 아니며, 바로 호감을 주는 성격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슈워제네거의 몇몇 정책을 혐오하지만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레이 데이비스는 바로 이 점이 결여됐다. 그가 유세에 나서면 나설수록 재미없고 밋밋한 스타일이 반감만을 증폭시켰다. 그는 그저 침대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어야 했다. 슈워제네거는 배우로서의 명성을 토대로 선거에 나섰지만 그를 주지사 자리에 앉힌 것은 그의 성격이다. 성 추문이 불거져 나왔을 때 그는 정면 승부했다. 그의 태도에서는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스캔들을 처리하던 것과는 달랐다. 그리고 슈워제네거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가 그의 곁에서 남편을 떠받쳐주었다. 슈워제네거는 이제 거칠게 지내던 젊은 시절을 뒤로해야 한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던 때와는 다르다.


상당수 공화당원들에게 슈워제네거의 승리가 반드시 낭보인 것만은 아니다. 공화당원이 캘리포니아에서 진정으로 승리를 거두려면 동성애자 권리와 낙태권리를 인정하고 총기를 어느 정도 규제하며 환경친화적 정책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슈에 대해 슈워제네거가 어떠한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도 중용과 절제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 낙태는 타협할 이슈가 아니더라도 임신말기 낙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리고 총기규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무장 해제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하워드 딘은 사실로 드러날 것을 부인하고 통렬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슈워제네거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다.

레이건은 연기할 때 연기자의 본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고 강조했었다. 섣부른 거짓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슈워제네거는 레이건과 닮았다. 슈워제네거는 어떤 이유에서건 주목을 받을 때 당당하고 멋지게 행동했다. 지금 그의 대권가도를 막는 것은 외국 태생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조항이다. 이 조항을 소환해야 한다.

리처드 코언/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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