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페미니즘의 사망

2003-10-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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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캘리포니아에 갔을 때 슈워제네거의 인기가 올라가면 데이비스는 성추문을 폭로해 물고늘어질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LA타임스가 이 사실을 터뜨리자 민주당 여권 운동가들은 일제히 아놀드 규탄에 나섰다.

이 기사가 나가기 전 힐러리 클린턴과 앤 리처즈, 글로리아 올레드는 웨스트 할리웃에서 열린 데이비스 지지대회에 참가했었다. 백악관 인턴의 몸을 더듬었던 남편을 변호했던 힐러리는 여기서 슈워제네거 편을 들지 않았다. 클린턴 스캔들 때는 그가 한 일을 가지고 남자들을 공직에서 쫓아낸다면 남아 있을 남자가 없다던 앤 리처즈 전 텍사스 주지사도 슈워제네거는 감싸지 않았다.

반면 탄핵까지 해가며 클린턴을 공박하던 공화당원들은 이제 와서 정치인의 사소한 잘못은 통치하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나오고 있다. 또 클린턴을 변호하던 여권론자들은 슈워제네거에게 당했다는 여성들을 줄줄이 마이크 앞에 세우자 이에 맞서 그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는 남편을 만난 적이 없거나 잠깐 만난 사람들 말을 듣지 말고 내 말을 들어달라고 힐러리 역을 맡아 나섰다.


한 때 히틀러를 찬양하고 여성들을 희롱한 슈워제네거도 문제지만 선택적인 여권론자들의 분노는 더 역겹다. 페미니즘은 1998년 힐러리가 하수인들을 시켜 모니카를 악마로 만들고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클린턴이 한 일은 서툰 수작일 뿐이며 거절당하자 그만 둔 이상 성희롱은 없었다고 그를 옹호했을 때 사망했다.

클린턴이 한 일이 잘한 일이라면 슈워제네거가 한 일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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