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OREA’, 왜 그렇게 중요한가.

2003-09-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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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은 Korea의 영어 철자를 K 대신 C로 바꾸고 싶어한다. 재즈 예술가(Chick Corea)의 이름과 혼동이 될 위험이 있는 데도 불구,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에서처럼 영어권에서도 한국을 Corea로 쓰도록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코리아 헤럴드 보도에 의하면 국제대회에서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할 때 양측은 국가 이름을 Corea로 쓸 예정이다. 내년 아테네 올림픽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한국의 상당수 젊은이들은 지난해 월드컵에서 C 철자를 사용한 영어 현수막을 흔들었다.

지난달 한국 국회의원 22명은 철자를 C로 고치자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그후 남북한 학자들은 평양에서 만나 철자 바꾸기 캠페인을 함께 하기로 결의했고 이를 코리아 헤럴드를 비롯한 남북한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찬사를 보냈다. 남북한이 그렇게 해서라도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걸 누가 뭐라 하겠는가.


Corea는 19세기 영어 서적이나 지도에 쓰인 원래 철자였다. 그러던 것이 철자가 K로 바뀌어 통용된 것은 일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를 식민지화하면서 생긴 여파라는 이론이 있다.

지금 와서 철자 바꾸기에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늘 그러했듯이 일본에 대한 역사 깊은 원한이다. 일본 식민주의자들이 알파벳 순서로 할 때 Japan을 Korea 앞에 두기 위해 그렇게 바꾸었다고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코리아 헤럴드는 말했다.

한국은 1908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이후 늘 일본의 뒤에서 행진했다. 내년 올림픽에서 Corea가 Japan 보다 앞서 행진한다면 과거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달콤한 보복이 될 것으로 많은 한국인들은 생각하고 있다.

의견을 달리 하는 학자들은 Korea가 918년에서 1392년까지의 왕조인 고려 즉 Goryeo 혹은 Gorea에서 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따라서 철자를 K 대신 G로 써도 된다는 말이다. 조선대학 영문과의 데이빗 셰퍼 교수는 철자를 Koria로 해도 맞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는 일본 연루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일본의 입김이 들어가기 전인 1890년대에 이미 영어 철자가 Korea로 바뀌고 있던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연루되었다는 믿을만한 증거도 없는 데 새삼스럽게 지금 와서 Corea 바꿀 이유는 없다고 그는 최근에 썼다.

태평양 건너에서 그 논란을 보고 있자면 좀 멍한 느낌이다. 미국은 그들 모두 보다 맨 나중에 행진해 들어가지만 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일부 관측자들은 일본이 너그럽게 철자를 Z로 바꾼다면 모든 논쟁이 잠잠해질 것이란 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을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남북한이 어쨌든 그 문제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이 통일의 발판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시카고 트리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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