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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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와 가정이야기

2003-09-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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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이혼한 지 5년이 흘렀습니다. 나의 지나친 술 문제와 외도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기에 애들 엄마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가끔 생각날 때마다 더욱 슬퍼집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었고 재혼한지 2년이 됩니다. 그러나 애들을 위해서라도 그 때 좀 더 참고 이혼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되는 건데 하고 후회가 될 때가 많습니다. 현 아내는 내색은 하지 않고 있기에 이런 마음을 모릅니다. 남들이 성공한 재혼이라 해도 이렇게 괴롭습니다. 특히 저처럼 본인 잘못일 땐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 자신의 술 문제와 외도 때문에 아내와 헤어짐으로 해서 가정을 깨어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을 받으시는군요. 이러한 죄의식 때문에 현재의 아내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함으로 인해 깊은 사랑 관계를 새로이 발전시킬 수 없고, 자녀들과도 긍정적인 사랑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최선의 교육을 줄 수 없다면 더욱 불행한 일이 되겠지요.
현재 마음의 자유함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자신과 전 아내, 그리고 자녀들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분노와 죄의식을 애통해함을 통해 해결하는 일입니다. 물론 애통해함의 과정은 혼자서 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는 다른 정서적, 심리적인 상처와 마찬가지로 혼자서 머리로만 이해해서는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가까운 곳에서 지지그룹이나 멘토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면 심리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도 무리가 없을 줄로 압니다. 치료를 통해 자신이 한 때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하는 마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한 때 술과 외도에 빠졌던 일도 결국 어린 시절로부터 가졌을 수 있는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들, 즉 분노, 소외감과 우울증을 해소하려는 자구책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치료를 통해 깨달으면 자신만을 탓하는 한정된 시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성인인 상태에서 저지른 잘못이라도 이것이 상처받은 과거의 삶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의 책임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단지 현재부터나마 이러한 상처를 극복하며 좀 더 그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의 자세를 가지려 노력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부터라도 내릴 수 있는 결단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단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치료를 통한 죄의식의 극복과 자긍심의 회복을 통해 귀화의 과거와 현재에 걸쳐 관계된 많은 이들과 자녀들을 위해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귀한 일들이 아직 무궁 무진하다는 사실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롤랜 김(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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