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망스런 주지사 후보 토론

2003-09-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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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TV로 중계된 주지사 후보 5명 합동 토론 쇼는 그 성격상 세계 레슬링 연맹의 행사와 파이 던지기 싸움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진짜 토론장이라면 당연히 있었어야 할 심층 질의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캘리포니아를 경제적, 정치적으로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구조적 개혁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이번 토론에만 한번 참가하는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예산 문제등 가주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좀 더 확실히 파악하고 구체적 시행 방안을 제시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의 실패이기도 하고 90분간 별다른 틀 없이 자유분방하게 진행된 토론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후보들이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소리 지르고, 미리 연습된 조크로 환심이나 사려 드는 상황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를 가려내기는 힘들다.

주지사 후보 토론장이라면 따질 것을 따지고 짚고 넘어갈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냥 우스갯소리나 주고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크루즈 부스타만테 부지사와 톰 맥클린톡 주 상원의원은 인디언 카지노 이권이 연루된 엄청난 기부금과 관련, 아무런 비판도 받지 않고 넘어갔다.


캘리포니아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80억달러의 예산부족 사태이다. 그것은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에 대한 소환을 촉발시킨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슈워제네거는 주지사와 주의원들이 돈 쓰는데 중독이 되어서 세금만 올리려 든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구체적 제안이란 지출의 한계를 정하자는 것뿐이었다.

맥클린톡이 예산문제에 가장 구체적이고 증세에 대한 반대가 가장 단호했다. 그것은 그가 20년간 즐겨 써온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민 소득에 대한 주정부의 세출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다. 현재 주정부는 소득 100달러 당 7달러 정도를 거둬들이는데 이것은 1988~89 회계연도 때보다 적은 것이다.

허핑턴은 기업 자산에 대한 재평가와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들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스타만테와 녹색당의 피터 카메호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인상을 주장했다. 이들 두 후보와 허핑턴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운전면허 발급을 지지했고, 슈워제네거와 맥클린톡은 반대했다.

토론장에 데이비스의 존재는 없었다. 그 자리에 참석도 안 했고, 후보들의 답변 속에도 없었다. 토론회가 유권자들에게 제공한 정보의 질이 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데이비스는 기뻐해야만 할 것이다. 캘리포니아가 데이비스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할 만한 일이 토론장에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소환에 반대표를 던져야 할 이유가 시시각각 분명해진다.

LA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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