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지러운 소환 선거

2003-09-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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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 1주일간 LA와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람들을 만나 본 결과에 따르면 소환 선거에 관한 대부분의 통념은 잘못된 것이다.

시기만 해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선거가 10월7일에서 내년 3월로 연기되면 데이비스 주지사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3월 달 선거에서는 주지사가 서명한 불법체류자에게 운전 면허증을 주는 법안이 합헌이냐를 따지는 주민 발의안도 올라갈 예정이다. 논란이 많은 이 이슈가 제기될 경우 보수파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것이다. 1월 달에 주 공무원들의 봉급 재계약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노조 의존도가 큰 데이비스는 이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가뜩이나 예산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가주민들이 이를 곱게 볼 리가 없다.


소환투표가 3월 대통령 후보 예선과 같이 실시될 경우 민주당 투표율이 높아 데이비스가 유리하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없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데이비스 지지가 커진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 이유는 민주당원 5명 중 1명이 리콜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젊고 교육과 소득 수준이 낮은 남성 민주당원들이 많다. 데이비스가 동성연애자, 여성, 소수계 등에 어필하려 하면 할수록 이들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왜 데이비스 자신이 10월 선거를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빌 클린턴과 앨 고어의 지원 유세를 받은 데이비스는 대세를 돌려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소환투표에 찬성하겠다는 사람은 50%가 조금 넘고 반대하는 사람은 이보다 10여% 뒤진다. 지난 일요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53%가 소환을 지지하고 42%가 반대하며 결정 못한 사람은 5%에 불과하다. 데이비스에게 위안 거리가 있다면 주지사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제대로 유세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막판에 가서 유권자들이 그래도 아는 후보가 낫다며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데이비스가 소환될 경우 크루즈 부스타만테 부지사가 그 뒤를 이을 것이란 기대도 성급한 감이 있다. 부스타만테는 후보로 형편없는 캠페인을 펼쳤으며 인디언 카지노로부터 많은 돈을 받아 이미지를 구겼다.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와 데이비스는 이제 거의 적대적인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 실세들이 탐 맥클린톡 가주 상원의원의 사퇴를 종용, 아놀드 슈워제네거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하리란 전망 또한 시기상조다. 그를 아는 가주 상원 동료들은 그가 여론 조사에서 슈워제네거나 부스타만테에 뒤지고 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를 20년 동안 아는 한 친구는 과거 밥 호프의 아들 토니 호프를 위해 연방 하원 예선 도전을 포기하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했다 제3자에게 후보 지명을 넘겨준 적이 있다며 그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슈워제네거 보좌관들이 정책에 관한 그의 무지가 탄로 날까 봐 마지막까지 ‘오프라’나 ‘래리 킹’ 쇼를 제외하고는 토론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새크라멘토에서 25분간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벌이는 것을 지켜본 바로는 슈워제네거는 현안에 대해 청산유수로 답변했다.

일부 공화당 중진은 지난 13일 열린 가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맥클린톡이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 날의 스타는 슈워제네거였다. 부스타만테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맥클린톡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가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은 수정을 필요로 할 것 같다.

데이빗 브로더/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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