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환 투표 연기 잘한 일

2003-09-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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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사설

법원이 선거를 연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지만 연방 고등법원이 가주 소환투표를 연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가 많은 펀치카드 투표 용지를 사용해 선거를 강행했더라면 수만 표가 유실됐을 것이다. 무신경하게 찍은 표를 무효로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주는 펀치카드 식 투표 용지를 폐기하고 내년 3월 선거를 치러야 한다.
가주는 유권자의 44%가 살고 있는 6개 카운티에서 아직도 펀치카드를 이용해 투표를 한다. 2000년 플로리다 선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어째서 이 방식이 문제인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소환투표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4만 유권자의 표가 무효 처리될 수도 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연방 고법이 밝힌 대로 평등 조항에 위배된다. 펀치카드를 사용하는 유권자들은 타 지역 유권자보다 표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지난번 대선에서 연방 대법원은 카운티마다 재검표 방식을 달리 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를 중단시켰다. 같은 논리로 연방 고법은 카운티마다 다른 방식으로 투표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고법은 인종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심각하다. 펀치카드를 사용하는 카운티는 타 지역에 비해 소수계가 50%나 많다. 백인 표보다 소수계 표가 더 무효화 될 가능성이 큰 이런 제도는 투표권 법에도 어긋난다.

소환투표 지지자들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나 이는 대법원 판사를 난처하게 만들뿐이다. 이들이 고법 결정을 뒤집는다면 부시한테만 유리하게 평등 조항을 적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늦게 선거를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고법의 결정은 플로리다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지 3년이 지나도록 이를 시정하지 않은 지역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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