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 부시의 선봉장

2003-09-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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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대선 캠페인을 공식 발표하면서 존 케리는 이라크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수정했다. 전쟁을 지지하는 의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단지 위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대통령이 원할 때 마음대로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케리가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은 이라크 사태가 잘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케리는 처음부터 이라크전에 양면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결의안에 찬성하기는 했지만 서둘러 전쟁하지 말 것을 주장하는 연설을 여러 차례 했다. 케리의 이런 애매 모호한 태도는 대선 캠페인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는 선두주자로 예상되던 인물이었다. 고향 매서추세츠 뒷마당인 뉴햄프셔에서 승리는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전 버몬트 주지사인 하워드 딘에게 20포인트 차로 밀리고 있다.

경력으로만 보면 케리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으로 명문가와 결혼했고 전쟁 영웅이다. 그런 그가 하나 모자라는 게 있다. 정열이다. 민주당 예선에서 지금 값나가는 것이 바로 정열이다.


1988년이나 2000년처럼 현직이 은퇴하는 선거에서는 분별력 있고 좋은 프로그램을 가진 후보가 민주당 지명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는 소환선거다. 민주당원들이 이번처럼 현직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적은 거의 없었다. 닉슨말고 이처럼 경멸과 증오의 대상이 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열혈 당원들은 부시를 때려눕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들을 가장 잘 만족시켜 주는 사람이 딘이다. 딘은 민주당 후보들 중 가장 반 부시 정열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이라크전이 임박하자 가장 분명하게 전쟁 반대입장을 천명했다. 다른 후보들은 91년 걸프전 때 반대했다 망신당한 경험 때문에 훨씬 조심스러웠다. 이라크 전후 처리가 꼬이는 것과 비례해 딘의 인기는 올라가고 있다.

딘은 과연 가만히 앉아 민주당 지명을 따낼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좌파성향의 딘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딘이 게파트의 텃밭인 아이오와와 케리의 뒷마당 뉴햄프셔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지도부는 남부에서 승부를 걸려고 할 것이다. 남부는 2000년 당내 반란아인 존 매케인과 1984년 게리 하트가 걸려 넘어졌던 곳이다.

또 딘의 열정은 타운홀 미팅 등이 주인 예선 초기에는 각광을 받을지 몰라도 차가운 매체인 TV에서는 빛을 잃기 쉽다. 딘은 TV 토론이나 인터뷰에서는 별 인정을 받지 못했다. TV의 중요성이 커지는 전국 캠페인으로 들어가면 딘의 상승세는 주춤해질지 모른다. 정열 없는 케리가 그 때까지만 가라앉지 않고 버텨준다면 그에게도 승산은 있다.

찰스 크라우트해머/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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