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루키즘

2003-08-2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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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 김현심<학생>


얼마 전 ‘미녀삼총사2’에 출연한 여배우 데미 무어의 전신성형이 세계적인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직접시술비와 부대비용을 합해 몇 십만 달러가 들었다느니 하는 돈 계산에서부터 성형수술에 대한 묵은 논쟁까지 한동안 세계언론이 떠들썩했다.

최근엔 중국에서도 24세 된 한 여성이 공개리에 전신성형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 여성은 ‘현대의학을 빌어 아름다워지는 것은 공부를 하여 지식을 얻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당당히 주장했다. 그 뒤에는 ‘중국의 성형기술로도 얼마든지 완벽한 미인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의사의 멘트가 덧붙여져, 자본과 기술과 미의 결합이라는 상업 작품의 한 진면목을 보는 듯 했다.

내가 아는 한국 친구들 중에도 ‘성형계’를 만들어 돈이 모일 때마다 한 명씩 수술을 받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말처럼 성형은 이제 더 이상 신체적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의료수단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까지 인식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을 정당화하든 매도하든, 어떤 해석이나 분석을 갖다 붙이든, 성형 역시 현대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lookism)의 한 예로 귀결되는데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더 나아가 오늘을 사는 우리는 누구나 루키즘에 감염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내가 가끔 들렀던 가게 중에 꽤 괜찮은 제품들을 갖추어놓은 곳이 있다. 처음 그곳을 발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가게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주변 상가 건물들 속에서 인테리어나 소품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조명도 신통치 않은 그 가게는 ‘어머, 요즘도 저런 뻔뻔한 가게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 했다.

나를 그 가게 안으로 끌어들인 것을 보면, 그 또한 장사를 위한 차별화된 전략이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가게 안의 물건들은 생각 밖으로 훌륭했다. 밖에서 보았을 땐 옷도 신발도 가방도 구닥다리 싸구려로만 보였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제품의 원단이나 디자인, 색감, 바느질처리 등이 나무랄 데가 없었다. 몇 번 들른 뒤 안 사실은 그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게 주인은 인테리어 시설에 들일 비용을 제품자체에 집중시킨 셈이었다.

평소 스스로의 눈이 정확하다고 믿었던 나는 그 가게에서 조명과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의 현란함에 길들여진 내 눈의 어리석음을 확인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구매욕구를 충동질해야 하는 상업주의 논리에서 화려한 겉꾸밈으로 소비자의 이목구비를 현혹시키는 일은 당연하고도 절대적인 명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겹겹의 껍질 속을 헤집다 본질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경우가 어찌 물건을 사고파는 일에만 국한될까. 우리 주위의 수많은 눈속임을 생각하면, 이미 속임수 자체조차 갖은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그것이 속임이라는 것조차 잊게 하는 것을 볼 때, 어쩌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런 겉껍질에 싸인 채로 흘러 보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길을 잃지 않고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가게들을 기웃거려야 할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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