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uy one-Get One Free

2003-08-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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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을 절약하기를 좋아한다. 동네 세이프웨이 식품점에 쇼핑할 때마다 나는 얼마만큼 돈을 썼느냐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돈을 얼마만큼 절약하였느냐에 신경을 쓴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는데 45달러를 지불하였다는 것보다 빨간색 세이프웨이 카드를 사용하여 15달러를 절약하였다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물건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buy one - get one free)”라고 써있는 물건을 사기를 좋아한다. 어떨 때는 두 개를 한 개 값으로 산다는 절약심 때문에 필요 없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누군가가 나의 쇼핑 바구니를 살짝 엿본다면 틀림없이 감자튀김 두 봉지, 콜라 두 병, 오이 피클 두 병 등을 볼 것이다. 나는 “하나 사면 다른 하나는 공짜”라는 상술에 잘 속아넘어가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 나는 이 표현이 새로운 상황에서 사용되어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신학대학에서 안면이 있는 젊은 한인부부와 대화를 나누면서이다. 이들은 얼마 전에 한국에서 유학 온 부부이다. 나는 남편에게 “한국교회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인가?” 하고 말을 걸었다.

“맞아요. 지난 주일날부터 일을 시작하였지요”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덧붙여 “당신의 아내도 함께 그 교회에서 일하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나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여야할지 잠시 생각하더니 브로컨 영어로 “바이 원 게트 원 프리”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의 표현이 재미있어 기억에 남았다. 좀 더 깊이 생각하여 보니까, 그의 상황에 이 말이 참으로 적합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buy one-get one free’라는 표현에는 은연중에 자신을 ‘상품’으로 비유하였다는 것, 그리고 이 표현 속에 자신이 사람이라기보다는 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기 아내도 사모로서 남편과 함께 교회를 위하여 무급으로 일한다면서 한국교회는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국교회 문화가 나에게는 ‘buy one - get one free”’와 같은 마치 오이피클 두 병을 말하는 것처럼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부부에게 새로 부임한 교회에서 사역을 잘하라고 격려하며 작별하였다.

그후 며칠동안 나는 이 말의 표현이 묘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여 보았다. 위에서 말한 상황은 한인 교회에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미국인 교회에서 ‘buy one - get one free’가 적용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오래 전 우리식구가 참석하였던 한 작은 교회에서였는데 나는 목사의 부인이 누구인지를 몇 달 동안이나 몰랐다. 나의 아내는 그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찬양인도자가 그 교회 목사님 사모님인줄 알았다고 한다. 진짜 목사님의 아내는 교회 맨 뒷좌석에 앉아 예배보고 거의 교회에서 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인 신학생 부부와 대화를 나눈 뒤, 그 부부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여주는 말 표현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 부부가 함께 비즈니스를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러한 경우를 아마 ‘한 개 값으로 두개 (two for the price of one)’를 산다고 하겠다. 한국사람들이 작은 비즈니스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만약에 비즈니스 하는 가족 중에 아이들이 있다면 그 비즈니스는 ‘네 명에 하나 값 (four for price of one)’과 같은 것이 아닐까.

남편이 어떤 회사에 고용되었다고 하자. 남편은 회사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이 밖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를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부부가 이혼을 한다면, 이러한 경우는 ‘50 퍼센트 오프’ 세일일까. 그러면 나의 결혼은 어떻게 묘사가 될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마 “이 두 물건은 따로 팔지 않는다” 라는 사인을 생각하여본다.

며칠 전에 나는 세이프웨이 식품점에 들렸다. 쇼핑을 하는 동안 나는 코카콜라가 눈에 띄었다. “buy one - get one free” 사인을 읽으면서 나는 큰 소리로 웃었다.

한인 신학생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적은 월급(underpaid) 받으며 일하는 남편과 무급(unpaid)으로 일하는 그의 아내가 하는 사역이 잘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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