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핵’ 믿을만한 정보인가

2003-08-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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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열렸다. 북한 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이제까지의 모임 중 가장 야심찬 시도이다. 회담에서 제기되어야할 핵심적 문제들은 이런 것이다. 평양의 핵 개발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평양은 언제 어떤 것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가? 북한측 대답의 진위를 미국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모두가 정보기구 담당 분야인데 이라크의 대량살상 무기 관련 정보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국 정보기구들을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할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정보 기관들의 이제까지 행적을 보면 무턱대고 믿을 수만은 없다.

미국 정보 커뮤니티가 북한의 핵 개발 의도를 눈 여겨 본지는 오래되었다.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폐쇄된 사회의 제한된 자료를 통해 정보를 얻어내려고 치열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정보기구들이 모은 자료로 똑 부러지는 결론을 얻는 적은 거의 없다.


대개가 근사치이거나 가정이고 추측이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정보는 과학, 예술, 탐정활동, 정보 분석가들과 정부기구간의 합의 도출 등이 모두 모여 만들어진 합작품이고, 게다가 종종 정치가 개입한다.

북한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시키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이 처음 비난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행동이 94년 제네바협정을 깨트리는 일이라고 보았다. 북한 비난의 근거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정보를 함께 나누며 합의점에 도달해 만들어내는 전국 정보 평가서(NIE)에 근거한 것이었다.

지난 90년대 북한의 무기급 플루토늄 재처리 및 생산에 관한 추측은 많았지만 농축 우라늄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정보기관들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북한이 핵무기 한두개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플루토늄을 재처리했다고 자주 주장했다.

하지만 평양이 핵무기를 제조했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클린턴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북한이 재처리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2001년 12월 기밀해제된 NIE는 “정보 커뮤니티는 90년대 중반 북한이 핵무기를 한 개, 어쩌면 2개를 생산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결론 지었다. 기밀 해제된 미국 정보 문서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기는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해 11월 의회에 공개된 두 번째 평가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 낸 것이 9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은 최근 PBS와의 인터뷰에서 일정을 더 앞당겨 제네바 협정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모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의 시점은 모두 클린턴 행정부 때이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이후 기밀해제된 중앙정보국(CIA) 자료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가장 최근 CIA 자료인 지난 4월 자료를 봐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노력을 계속 감시하고 있지만 북한의 폐쇄성과 핵 프로그램의 성격상 정보 수집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같은 문제를 두고 이렇게 말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정보기관들이 행정부와 의회에 정보를 감추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클린턴 행정부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명명백백하게 규명되어야 할 문제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정보기관들이 신뢰성에 의심을 받는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조나단 폴락/LA0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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