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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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한국 정부

2003-08-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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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독일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은 한국에서 두 번 폭행 당했다. 한번은 라디오가 든 풍선을 북한으로 날리려다 한국 경찰에게, 또 한번은 북한의 독재를 평화적으로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한국 경찰과 북한 기자에게 얻어맞았다. 폴러첸은 심한 부상을 입어 현재 말할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보가 없는 북한에 라디오를 보내려는 계획은 가주 출신 신동철 목사의 작품이다. 신 목사는 라디오 살 돈을 모아 폴러첸과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에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중요하다.

북한 라디오는 관영 방송에만 채널이 맞춰져 있다. 전체주의 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외부와 접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은 독재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이다. 철의 장막을 무너뜨리는데 라디오 프리 유럽과 라디오 리버티가 기여한 공만 봐도 알 수 있다.


풍선을 띄우려던 계획이 한국 정부의 방해로 좌절된 것은 비극이다. 신 목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투 경찰은 고의건 아니건 폴러첸을 짓밟았다. 신 목사는 “서울은 평양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나친 말인지는 몰라도 지난 주말 일어난 사태를 보면 신 목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국제 문제 전문가인 프랭크 개피는 “한국 정부는 상당 부분 북한이 하는 일의 공범”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난에 가까운 ‘햇볕 정책’의 결과다. 한국 정부의 조심성에도 이유는 있다. 아무도 풍선을 날리려다 800만의 한국민이 죽을 수 있는 전쟁을 도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에게는 북한 난민을 수용하는 데 들어갈 돈 문제도 걱정거 리다.

폴러첸이 독일인이기 때문에 이번 문제에 미국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주 관심거리는 북한 핵이지 북한 인권은 부수적인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또 북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한미일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개개인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 위협적인 존재는 핵이 아니라 이를 휘두르는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국이나 이스라엘이 핵을 가졌다고 우려하지 않는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18개월 간 북한의 실상을 직접 목격한 폴러첸은 바로 지금까지 3만 7,000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고 있는 북한 정권의 실상에 대한 증인이다.

북한 정권이 빨리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위협도 사라진다. 자유 세계가 해야할 일은 폴러첸 같은 인물을 짓밟는 것이 아니라 격려하는 것이다.


뉴욕 선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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