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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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북한과의 협상

2003-08-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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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동의하리라는 주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 회담에서 참석자들은 평양으로 하여금 외교적 인정을 대가로 핵을 폐기하도록 설득하려할 것이다. 이를 앞두고 회담이 성공을 거두리란 낙관론이 일고 있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부시 대통령마저 핵 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외교 협상으로 핵을 포기하기까지에는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 가로 놓여 있다. 10년 전 노태우 대통령 시절 남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협약에 서명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북한이 이를 어기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워싱턴은 1994년 외교적 협상을 통해 북한 핵 동결을 얻어냈다.

1998년 북한이 다시 이를 어기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되자 클린턴 행정부는 다시 북한과의 협상에 들어갔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살폈다.


임기 말 북한이 다시 핵 협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다. 북한은 핵을 폐기하는 대신 협정 무효를 선언하고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평양은 할 수 있으면 공개적으로, 할 수 없으면 몰래 핵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가를 주면 평양은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은 할 것이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는 않을 것이다.

또 북한 핵 포기를 위해 외교적 대가를 치르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이란은 북한 핵 위기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핵 협정을 다른 어떤 국가보다 명백하게 위반한 나라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북한이 치른 대가는 미국 원유 중단이외에는 없다. 불과 12일전 노무현 대통령은 핵 위기가 해결되면 대대적인 경제 원조를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과거 위반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거나 폐기를 약속하고 상을 받는다면 어떻게 다른 나라로 하여금 핵 개발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인가.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하더라도 현 정권 하에서는 이를 책임지고 이행하리라 믿을만한 인물이 없다. 핵 협정을 깨고 몰래 핵무기를 만들라고 지시한 사람은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 자신이다.

다음 주 회담 당사자들은 “진전 조짐이 보인다”며 베이징에서 돌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핵 위기 해결은 평양 정권의 근본적인, 어쩌면 혁명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 주변국들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외교적 환상 없이 이들을 직시해야 할 때가 왔다.


니콜라스 에버스태드/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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