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수동 사람들

2003-08-23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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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자 칼럼

▶ 장인식 목사 (아틀란타장로교회)

우리 속담에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말뚝보고도 절한다’합니다. 이 말은 한 가지가 마음에 들면 그것과 관계 있는 다른 것까지도 좋아 보인다는 말도 됩니다.

또 속담에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을 정성 들여 하지 않고 건성건성 억지로 하는 부정적인 것을 말합니다.

저와 처갓집의 관계는 전자에 속합니다.
요즘 기쁨으로 방문하는 한곳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촌 처남이 만든 웹페이지 ‘신수동’입니다. 그리고 써브 타이틀은 ‘신수동 사람들’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신수동은 마포에 있는 동네로 처 외할머니가 사시던 곳이었습니다.


결혼하기 몇 일 전 아내와 신수동을 찾아 처 외할머니께 인사를 갔습니다. 빨간 수박을 다 먹고 난 다음 나를 한쪽으로 부르시더니 혹시 숨겨 논 아이가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 용서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최불암씨가 나온 수사 반장을 어젯밤에 봤는데 음악한 사람들은 숨겨 논 애들이 몇씩 있다는 것입니다. 내용인즉 밤무대에서 섹스폰을 부는 유부남의 혼인빙자 살인사건이 주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외손녀 사위가 음악을 한다니까 걱정 반 농담 반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박순금 장로님이었는데 기도를 많이 하신 분이었습니다.

아들 셋과 딸 다섯을 신앙으로 잘 키우셨습니다. 아들과 사위들이 모두 장로이고 딸들은 권사, 사모, 아들 하나와 사위하나는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 밑으로 친손자 손녀, 외손자 손녀들 수가 수십이 됩니다.

그 중 바람둥이 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외손녀 신랑감이 나중에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연히 된 것이 아니고 처 외할머니와 외손녀, 그리고 신수동 사람들의 기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신수동 사람들에게 사랑의 빚을 진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웹페이지 ‘신수동’엔 사진과 소식이 있습니다. 기도의 요청이 있고 아픔과 기쁨을 같이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옛날의 추억과 현재의 성장이 있으며 미래에 대한 소망이 있습니다. ‘신수동’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신수동 사람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만나는 외갓집 따뜻한 안방입니다.

대들보엔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신발들이 빼곡이 쌓여 있습니다. 웃음이 들리고 찬송이 들립니다. 그 뿐 아니라 가족들의 신앙 고백이 흘러나오고 외할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리는 교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신수동’에 갑니다. 그리고 ‘신수동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께 감사의 절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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