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딧세이
2003-08-23 (토) 12:00:00
새벽 두 시에 맑게 잠에서 깼다.
눈을 뜨는 순간, 인간은 모두 혼자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살이에서도 인간은 혼자인 것이다. 처음 알게 된 것처럼 이 사실은 내게 아주 낯설고 서운하게 다가왔다.
인간은 결국 사소한 일에서부터 모든 것까지 매 순간을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 간다. 서로 의지하며 사는 부부사이나 피로 맺어진 식구들 혹은 아껴주는 친구들 사이에도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하여 단 한순간도 숨을 대신 쉬어주거나 육체적인 아픔이나 정신적인 고통를 대신해 줄 수없고 다만 옆에서 조금의 위로가 되어 줄수는 있을 뿐이다.
호머의 오딧세이에서 우리는 약하다고 할 수있는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엿볼 수있다. 오딧세우스에게는 인간의 고뇌와 한계를 벗어나서 신의 세계에서 영원히 죽지 않고 모든 것을 누릴 수있는 기회가 있었다. 칼립소는 오딧세우스에게 그녀와 함께 머무른다면 모든 것을 소유하면서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상 젊음을 유지하며 늙어 죽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오딧세우스는 한치의 주저함이 없이 죽음이 가로 놓여져 있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며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여신이시여, 저의 결정에 분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모듬 제안이 진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페넬로페가 아무리 현명한다 하더라도 당신보다는 못할 것입니다. 페넬로페와 달리 당신은 늙거나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입니다.여러 신들이 분노하며 포도주빛의 어두운 바다에서 내 배를 산산조각 낸다 하더라도 저는 용기있게 그것을 이겨 낼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많은 싸움을 거쳐왔고 거센파도가 가로 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난 기꺼이 새로운 시련을 기다리렵니다."
우리에게는 인간의 조건을 초월해서 신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오딧세우스는 철저히 인간으로서의 존재양식을 선택하였다. 인간의 삶에는 죽음등의 위험스런 항해도 가로 놓여져 있는한편 성취나 사랑도 함께 주어져 있는데 결국 오딧세우스는 기꺼이 자신의 자유의지로서 모든 것을 택한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길은 때로는 외롭고 두려운 일일 수 있으나 그러한 어려움을 거쳐서만이 비로서 참다운 삶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혼자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하지 않을까. 새벽에 일어나 혼자라는 인식은 이런 맥락에서 결코 내게 외로움이라는 감상적인 감정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보다 더욱 깊히 나의 삶을 이해하고, 아직 모를 미래에 대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 들일 줄 아는 자세를 배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