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를 라티노 그룹이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라티노 권익옹호 그룹들은 소환 선거를 내년 봄으로 미뤄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환선거는 캘리포니아에서 최초로 라티노 주지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는 선거이다.
크루즈 부스타만테 부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상당히 승산이 있다. 아놀드 스와제네거, 탐 맥클린톡, 빌 사이먼, 그리고 피터 유베로스등 쟁쟁한 공화당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그가 유일하게 눈에 띄는 후보이다.
만약 유권자들이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의 소환을 결정한다면 부스타만테가 그 자리를 이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공화당 표는 사분오열하는 반면 부스타만테는 민주당 표의 대부분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지금 한창 뜨고 있는 스와제네거를 막아내기에도 충분할 것이다.
라티노 권익옹호 조직들은 유권자 등록과 투표 캠페인을 벌여 부스타만테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소환선거 연기에 힘을 쏟고 있으니 답답하다.
막강한 라티노 그룹인 남서 유권자등록 교육 프로젝트(SVREP)는 LA 카운티등 6개 카운티가 아직도 펀치 카드식 투표 기기를 현대식 기기로 바꾸지 않았다며 선거 연기 소송을 LA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들 카운티는 내년 3월 예선에 맞추어 투표 기기를 교체할 예정이다.
부시 대 고어 케이스가 재현되는 일을 사전에 막자는 것이다. SVREP는 이들 6개 카운티에서 펀치 카드 시스템을 사용하다가 플로리다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투표력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카운티는 가주내 다른 지역들에 비해 라티노와 다른 소수 민족 구성비가 높은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주지사 선거를 비롯, 그간 캘리포니아에서는 펀치 카드 시스템으로 여러 선거를 치렀지만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라티노 권익옹호 그룹들이 라티노 주지사가 탄생할 수도 있는 중대한 시기에 상대적으로 하찮은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데이비스에 대한 충성심인가, 부스타만테에 대해 석연치 않은 것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인가.
한가지 설명은 프로포지션 54 때문이다. 워드 코너리 UC 평의원이 제안한 프로포지션 54, 즉 인종 프라이버시 주민발의안은 주정부가 개개인의 인종이나 민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제한을 두자는 내용이다.
라티노 그룹들은 이 주민발의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부스타만테 선거운동을 돕는 것보다 코너리 발의안의 통과 저지를 더 중시하고 있다.
이번 소환선거 보다 내년 3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이 걸린 예선때가 민주당 투표율이 높아서 프로포지션 저지 성공률이 높다는 생각이다.
라티노 그룹의 전략이 어떤 것이든지 소환 선거일정 연기에 힘을 쏟는 것은 적당치 않다. 부스타만테를 주지사로 뽑도록 유권자들을 동원하는 것이 이번 선거 캠페인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케네스 밀러/LA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