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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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정책의 끝

2003-08-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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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세계는 북한의 공갈에 전술적 양보를 해왔다. 1994년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북한은 핵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의 우방국은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경제적 정치적 원조를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그 핵은 애당초 있어서는 안될 것이었다.

북한과의 이처럼 잘못된 거래의 최근 희생자가 정몽헌이다. 그는 서울 현대 본사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정 회장은 평양에 1억 달러의 정부 돈을 몰래 전하기 위해 장부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3년 전 김정일과 만나기 위해 준 5억 달러의 일 부다.

그 이후 평양은 핵무기가 있다고 미국에 자랑하는가 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등 햇볕 정책 지지자들마저도 머리를 흔들게 할 정도의 신의를 져버린 행동을 해왔다. 김대중의 후계자인 노무현 정부는 햇볕 정책의 이름을 외교적으로 ‘평화 번영 정책’으로 바꿨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이런 것들이 워싱턴의 강경파로 하여금 서울의 온건파를 비판하게 하는 것을 쉽게 하고 있다. 북한에 경제적 군사적 압력을 가해 김정일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외교적 정치적 해결”에 대해 얘기하는 동안 존 볼튼 차관은 김정일을 강력히 비판했다.

북한은 볼튼을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으나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하는 6자 회담 개최에는 합의했다.

북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북한을 붕괴시켜 한국 주도의 통일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반면 중국과 한국 관리들은 이런 급진적인 변화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핵 문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북한을 제외하고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번복할 수 없는 철폐”만이 해결책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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