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위협 왜 축소하나

2003-08-02 (토)
크게 작게
2주전 국방부는 북한을 억제하는 방안을 놓고 하루 종일 회의를 가진 일이 있다. 끝날 무렵 한 전문가가 “다시 말해 우리는 끝장났다”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그게 올바른 판단이라 본다. 북한은 항상 이라크보다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어제 북한과 다자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좋은 뉴스다. 그러나 북한이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언제 회담이 열릴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회담이 열려봐야 사진 찍는 기회 이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북한은 쉬지 않고, 구식 기술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빠른 속도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모두 사용, 핵무기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국제 위기 그룹의 보고서는 어제 밝혔다. 이 보고서는 “오는 2010년까지 북한은 200개의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겁주기일지는 모르지만 한 북한 고위 관리는 현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은 무기를 외국에 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아직도 대 북한 정책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전 주한 미 대사이자 뉴욕에 있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인 도널드 그렉은 “우리는 태도만 있을 뿐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위협을 과장하는데 익숙해 있다. 그런 행정부가 북한 위협은 애써 축소하려는 것은 놀랍다. 해군 대학 전략 연구소 의장인 조나단 폴랙은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밝힌 기준에 따르면 지난 수 년 간 북한은 이라크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찰기는 플루토늄을 재처리했을 때 방출되는 크립턴-85를 검출했다. 우리는 이것이 재처리되는 공장이 어디 있는 지 전혀 모르고 있다. 북한은 플루토늄뿐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라늄도 재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해 핵무기의 소형화 실험도 해왔다. 전 국방부 고위 관리인 애시턴 카터는 “상황이 점점 더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며 “우리 선택 폭은 좁아지고 협상 위치가 불리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는 부시 잘못도 아니고 클린턴 잘못도 아니다. 김정일 잘못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시간을 끌지 말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 대화하지 않겠다던 방침을 바꾸고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그러나 부시는 아직도 북한과 패키지 딜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딜은 마음에 들지 않으며 가능 여부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했을 때 우리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협상은 필요하다.
그 외의 대안은 클린턴 때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북한이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정책은 실패했다. 북한이 세계 핵무기의 월마트가 되려는 지금 이를 되풀이하는 것은 어리석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