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아들’ 생포했어야

2003-07-26 (토)
크게 작게
후세인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를 사살한 것은 전술적 승리일지는 모르지만 전략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을 생포해 이라크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후세인 정권의 종식을 확인시켰어야 했다. 또 이들을 법정에 세워 폭정에 치를 떨던 국민들에게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미국은 이들의 죽음이 이라크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분간은 이들의 추종자들이 보복 공격을 하겠지만 점차 그 열정이 수그러들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련의 불안정 요소가 부각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군에 대한 공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돌출할 수 있다. 후세인 정권아래서 숨을 죽이던 이라크 국민이나 지역 부족들은 미국이 복구작업을 제대로 못하거나 자신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역사와 문화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라크 국민들은 한 정복자의 지배를 받다가 이내 다른 정복자의 지배를 받았다. 이러한 지배의 연속에서 국민들은 지역의 부족과의 연계를 통해 살아갈 방도를 찾았다. 지역 부족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바트당이 집권할 때도 결국 부족주의의 힘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후세인은 집권 후 대대적인 보복을 감행했고 이도 역시 부족주의 의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국민에게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두 아들을 법정에 세워 단죄할 기회를 국민들에게 부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후세인의 두 아들의 입으로 그들이 저지른 죄상을 낱낱이 밝히도록 했어야 했다. 우다이와 쿠사이의 죽음이 승리로 표현되고 있지만 이는 잠정적인 승리일 뿐이다. 그리고 이들이 죽은 방식이 이라크 점령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샌드라 매키/뉴욕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