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기 맞은 캘리포니아

2003-07-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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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헌법이 유권자들에게 주지사 소환 권한을 허용한지는 거의 1세기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소환 투표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환은 대럴 아이사 연방하원의원(공·비스타)의 돈과 정치적 에고가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그는 15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음으로써 그전까지 지지부지했던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 소환 서명운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물론 데이비스가 인기가 있거나 존경을 받았다면 아이사의 수백만 달러로도 이런 결과를 얻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위법행위가 없는데도 소환 투표가 이렇게 쉽게 이루어진다면 정치는 이제 정말로 돈의 게임이 되고 만다.
소환 선거는 9월 아니면 10월에 실시될 것이다. 그런데 유권자가 데이비스의 후계자도 같이 선출하게 될 지 여부가 갑자기 불분명해졌다. 소환투표와 후계자 투표는 동시에 실시되고 후보 명단에 아이사, 그리고 아마도 아놀드 슈워즈네거가 포함될 것으로 모두들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크루즈 부스타만테 부지사가 주헌법은 후계자 선정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이 분명히 말하는 것은 주지사직이 공석일 때 부지사가 그 자리를 이어 받는다는 것이다.
주 대법원이 이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은 가주를 더욱 어렵게 할뿐이다. 법 전문가들의 의견은 섞여있지만 후계자 동시 선출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주 헌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들이 주지사 소환을 가능하게 하는 지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데이비스가 에너지 파동, 예산 적자등 굵직굵직한 위기들을 몰고 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걸 문제로 삼는다면 지금같은 불경기에 10여명의 주지사가 소환 후보감이 될 것이다. 데이비스가 염치없는 기금모금광이기는 하지만 그렇기는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캘리포니아는 세출안도 없이 새 회계연도에 들어선지 24일이 되었다. 이번 소환문제로 양당간 대립은 더 심해졌다. 소환이 성공하고 공화당 주지사가 선출되면 그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주의회로부터 사사건건 차단을 당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 소환이 세상의 끝은 아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로 볼 때 시기나 상황이 이 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LA 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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