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전, 끝나려면 멀었다

2003-07-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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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전 하면 미국인들은 우선 베트남을 떠올린다. 울창한 정글, 예상 불가능한 갖가지 수법의 치고 빠지는 공격들. 게릴라전은 문자 그대로 수렁이자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미국은 오랜 게릴라전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라크에서 수렁 같은 상황이나 패배를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전쟁은 길고 복잡하며 어려운 것이 될 것이다.

독립전쟁 중 미국인들은 게릴라 전법을 써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인디언 정벌 당시, 그리고 필리핀 내 민족주의자와 모로 분리주의자 진압 시 미군들은 게릴라전과 유사한 전쟁을 했다. 1920년대 니카라과 사태에 재개입했을 때도 미 해병대는 게릴라전에 맞서 싸워야 했다. 이같이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하면 앞으로 이라크에서 어떤 전쟁을 앞두고 있는지 짐작을 할 수가 있다. 게릴라전은 5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게릴라전은 장기간에 걸쳐 펼쳐진다. 몇 주나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씩 계속된다. 이라크 전이 내년 조지 W.부시가 재선 운동을 할 때도 여전히 진행중일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그리고 민주사회에서 장기전은 인기 없는 전쟁이 되기 쉽다.


둘째, 게릴라전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적을 패배시키는 데도 대규모 군대를 필요로 한다. 1899년에서 1903년 사이 필리핀 반도들을 진압하는 데 미국은 12만5,000의 병력을 투입했다. 나라도 크고 인구도 많은 이라크에서 그 보다 적은 수로 충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15만 미군병력이 이라크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군인을 필요로 하게 될지도 모른다.

셋째, 게릴라와 맞서는 전쟁에서는 진전상황을 측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우리가 이기고 있는 걸까?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정말 어렵다. 땅을 점령하거나 대규모 전투를 수행하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적군 지도부를 한귀퉁이씩 무너트리거나 지역주민들이 게릴라를 지원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과가 있다해도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는지 명백한 증거를 보고 싶어하는 보도진을 감동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넷째, 흔적도 없는 게릴라를 몰아내야 하는 병사들에게 전쟁은 대단히 맥빠지는 일이다. 병사들의 좌절이 깊어지면 불상사가 발생하곤 한다. 군인들이 잔학해지면서 무고한 지역주민들이 대가를 치르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모든 전쟁은 추악하지만 게릴라전은 더 추악하다.

다섯째, 게릴라전은 끝이 분명하지가 않다. 공식적으로는 전쟁이 끝났다 하더라도 어디선가 연기가 나다가 다시 불이 붙을 수가 있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반미 폭력사태가 끝없이 계속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미국이 이라크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피나 물자로 치러야할 전쟁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 사태가 악화될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앤드루 베이스빅/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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